혁신제품의 첫 번째 구매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2 09:26
수정 : 2026.05.22 09:26기사원문
이상윤 한국조달연구원장
도전적인 기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검증되지 않은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알아줄 때까지 버티거나 새로운 판로 개척을 시도 하기에는 자본력도 취약하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결국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이에 정부가 나서 혁신제품의 '첫 번째 구매자(First Buyer)'가 되거나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해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한 가장 효과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지난 2019년 조달청이 처음 도입해 운영 중인 '혁신조달'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혁신조달은 단순히 혁신제품을 정부가 무조건 많이 사 주자는 것이 아니다. 소방, 경찰, 교통, 복지 등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서비스, 각종 사회문제 해결 등 공공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되는 혁신제품을 찾아내 첫 번째 구매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제품의 혁신성·공공성을 평가한 뒤 첫 번째 구매자가 돼 초기 시장을 만들어 가고, 혁신기업은 공공기관 납품실적이라는 강력한 '레퍼런스(Reference)'로 국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공공조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정제유를 생산하는 자원화 혁신기술은 전 세계 공급망 불안 속에서 수입대체 효과와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영상분석시스템은 단순히 사고를 확인하는 폐쇄회로(CC)TV가 아니라 보행자 위험 행동, 역주행, 무단횡단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사고를 예방해 주고 있다. 초소형 엑스레이 장비는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납품하게 돼 올 하반기부터 우주선에 탑재될 예정이다. 모두 혁신조달의 대표 사례다.
최근 조달청의 혁신조달 정책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혁신제품 공공구매 규모를 3조 원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혁신제품 '시범구매' 예산도 지난해 530억 원에서 올해 840억 원으로 늘어났고, 새롭게 지정된 혁신제품도 531개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15% 증가했다. 혁신제품 공공구매 금액도 1조 원 대로 10%정도 늘어났다.
혁신제품 발굴에는 산학연 전문기관, 벤처캐피탈(VC), 지방정부와 함께 하기로 하는 한편, AI 제품 등 신산업 중심으로 발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기업은 공공서비스 개선에 기여하는 혁신제품을 만들고, 정부는 혁신기업의 초기 시장 진입 위험을 줄여주는 협업 방식은 종전에 볼 수 없던 신선한 정책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성과 데이터를 축적해 혁신조달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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