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피공모'를 아시나요···두 남자의 수상한 답사

파이낸셜뉴스       2026.05.23 05:00   수정 : 2026.05.23 05:00기사원문
가해자-피해자 정해놓고 사고 일으켜
장소, 시간, 방식 모두 사전 설계
동승자들도 섭외..현장 수차례 답사해
합의금,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금 청구

[파이낸셜뉴스] 앞차에서 내린 A씨는 멀쩡했다. 따로 뒷목을 잡지도 바닥에 드러눕지도 않았다. 대개 뒤에서 들이받힌 차량에 타고 있던 여느 피해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태연히 차량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고를 낸 차량에 타고 있던 B씨 역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A씨와 B씨는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화를 내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피(가해자·피해자)공모'가 본격 시작됐다.

가해-피해 미리 맞춰


A씨와 B씨는 미리부터 이 작업을 준비했다. 장소와 시간, 방식을 모두 설계했고 현장도 수차례 답사하며 그림을 그려봤다. 사고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게 중요했다.

계획한 당일 A씨는 차를 타고 앞서 갔고, B씨는 뒤에서 따라갔다. 각각 동승자도 타있었다. 4명은 공모자였지만 공식적으론 모르는 사이였다.

약속했던 지점에 다다르자 A씨가 속도를 줄였다. 그 순간 B씨는 되레 속도를 높여 뒷범퍼를 들이받았다. 예정됐던 충격이었기에 A씨와 그 동승자는 대비할 수 있었다. 사고 후 가해자와 피해자는 자연스레 내려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뒤 A씨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했다.

이후 병원에 입원한 후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치료비 등 명목으로 보험금을 타냈다. 그렇게 받아 챙긴 게 900만원 이상이었다.

"계획적 범행..죄질 불량"


이들 일당은 결국 수사 대상이 됐고 재판은 피할 수 없었다.

B씨 측은 그가 동일한 내용의 범행으로 앞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형이 확정됐으므로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심리 없이 재판을 종결시키는 '면소'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범죄는 이들이 언급한 사건과 구체적인 일시, 장소, 범행방법 및 피해 내용이 전혀 다르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모자들이 계획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저지른 보험사기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A씨는 과거 특수폭행죄 등으로 징역 1년2월, 집행유예 2년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다만 이들이 공소사실을 시인하고 B씨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겐 벌금 400만원, B씨에겐 300만원이 선고됐다.
동승자 역할을 맡았던 두 공범에겐 각 2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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