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우아하게"...7인승에 담은 프렌치 감성, 푸조 올 뉴 5008

파이낸셜뉴스       2026.05.23 05:59   수정 : 2026.05.23 05:59기사원문
10년 만의 풀체인지, 리얼 프렌치 SUV
21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미래적 실내
도심 저속선 전기 모터로 정숙한 주행
2·3열 활용성에 동급 최대 트렁크까지

[파이낸셜뉴스] 신호가 바뀌고 가속 페달에 발을 얹는다. 차는 전기 힘만으로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선다.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1.2리터 가솔린 엔진이 부드럽게 깨어나 합류한다.

저속으로 흐르는 도심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정숙함이다. 프렌치 패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다.

올 뉴 5008은 10년 만에 완전히 새로워진 3세대 모델이다. 기획부터 설계, 디자인, 생산까지 전 과정이 프랑스에서 이뤄진 '리얼 프렌치 SUV'를 표방한다. 스텔란티스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STLA 미디엄'을 기반으로 스마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어, 공간 활용성과 주행 효율을 함께 끌어올렸다.

앞에 서면 차의 표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앙에 자리한 플로팅 타입 엠블럼과 그라데이션으로 처리된 프런트 그릴이 전면 인상을 만든다. 전기차 e-5008과 동일한 전면 구성으로, 그릴과 헤드램프의 경계가 하나로 이어진다.

시선을 붙드는 건 빛이다. 픽셀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아래,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3개의 주간주행등(DRL)이 세로로 길게 떨어진다. 푸조가 여러 모델에 써온 시그니처로, 밤이 되면 이 불빛이 더 또렷해진다.

측면은 블랙 루프레일과 무광 그레이 톤의 데이 라이트 오프닝(DLO) 몰딩으로 정리했다. 후면부는 3D LED 리어램프와 수평형 레터링으로 마무리했다. 전장 4810mm, 전폭 1875mm, 전고 1705mm, 휠베이스 2900mm. 이전 세대보다 전장이 160mm, 휠베이스가 60mm 늘었다. 같은 7인승이지만 차체는 한 세그먼트 위급에 가깝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대시보드 중심을 가로지르는 21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두 개의 화면을 이어 붙인 게 아니라 하나의 곡면 패널로 구현했고, 화면이 운전자 쪽으로 휘어 들어와 시선 이동이 적다. 푸조의 '아이-콕핏(i-Cockpit)' 콘셉트가 이번 세대에서 가장 정돈된 형태로 들어갔다. 다만 운전대 너머로 계기 정보를 보는 배열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으로, 운전자에 따라 적응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시트는 나파 가죽에 열선·통풍·마사지 기능, 어댑티브 볼스터와 AGR 인증을 더했다. 동급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이다. 짧은 시승에도 몸을 받치는 느낌이 단단하면서 편안했다. 등과 허리를 면으로 받치다가 코너에서는 볼스터가 옆구리를 잡아준다.

공간은 이 차의 장점 중 하나다. 2열은 독립된 3개 시트 구조로, 각 좌석이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40:20:40 폴딩을 지원한다. 성인 3명이 나란히 앉아도 각자 자세를 맞출 수 있다. 열선 시트와 사이드 윈도우 선쉐이드, 실내 공기질을 확인하는 에어 퀄리티 모니터링도 들어간다.

특히 3열은 50:50 폴딩이 가능한 2개의 독립 시트로, '이지 액세스' 기능으로 2열 등받이 상단 레버를 당기면 진입 공간이 열린다. 휠베이스가 60mm 늘어난 효과는 3열에서 드러난다. 7인승 SUV의 3열은 보통 성인에겐 좁아 접어두기 마련인데, 5008은 성인이 앉아도 무릎 앞에 여유가 조금 남는다. 넉넉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단거리나 필요할 때 태우기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트렁크는 7인승 기준 348L에서 시작해 3열을 접으면 916L, 2열까지 접으면 최대 2232L까지 늘어난다. 동급 수입 SUV 중에서는 큰 편이다. 풀 플랫 구조라 차박이나 캠핑에 쓸 수 있고, 전동식 테일게이트와 킥 모션 기능, 3열 하단 수납을 갖췄다.

주행의 핵심은 '스마트 하이브리드'다. 1.2리터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와 0.9kWh 배터리, 모터를 내부에 통합한 e-DCS6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결합했다. 이 시스템은 48V 기반으로, 국내 법규상 분류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속한다.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변속기에 전기 모터를 통합해 효율을 끌어올린 구조를 가리키는 푸조의 명칭이다.

푸조 측은 엔진을 보조하는 데 그치는 일반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 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든다. 실제로 신호 대기 후 출발하거나 저속으로 흐르는 구간에서는 엔진이 자주 멈춰 있었고, 다시 시동이 걸릴 때도 진동이 크지 않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서울 도심과 맞는 성격이다.

합산 최고출력은 145마력(유럽 인증 기준)이다. 도심 흐름을 타거나 가볍게 추월하는 정도에서는 부족함이 크지 않다. 감속 시 회생 제동은 발을 떼는 순간 제법 또렷하게 걸려, 처음 며칠은 적응이 필요하다.

복합 연비는 13.3km/L로, 국내 2종 저공해차 인증을 통해 공영 주차장 할인과 혼잡통행료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작은 배기량 덕에 자동차세와 보험료 부담도 가벼운 편이다. 푸조는 5년간 5회에 걸쳐 엔진오일·필터 등 소모품을 무상 교체하는 메인터넌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 뉴 5008은 프랑스 소쇼(Sochaux) 공장에서 생산된다. 1912년 설립돼 100년 넘게 가동 중인 푸조의 가장 오래된 생산 거점이다. 글로벌 플랫폼 공유나 지역 변형 모델과 다른, 프랑스 생산이다.

가격은 알뤼르 4890만원, GT 5590만원이다. GT는 출시 기념 300대 한정이다. 개별소비세 인하를 적용하면 알뤼르 4814만원, GT 5499만 9000원이며, 다자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푸조는 이 가격을 5008이 출시된 국가 중 가장 낮은, 프랑스 현지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4000만원대 국산 중형 SUV와 6000만원대 국산 럭셔리 SUV 사이를 겨냥한 가격이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올 뉴 5008은 가족을 위한 공간과 효율은 물론 운전의 즐거움까지 함께 고려한 모델"이라며 "특히 한국 시장을 위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한 만큼 패밀리 SUV 선택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고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를 도는 짧은 시승이었지만, 올 뉴 5008의 성격은 분명히 읽힌다.
화려한 가속이나 강한 힘으로 운전자를 자극하는 차는 아니다. 대신 저속에서의 조용한 전기 주행과 운전자 중심 실내, 가족을 태우는 공간에 무게를 뒀다. 가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면서도 흔한 패밀리 SUV와는 다른 디자인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한 번쯤 시승 목록에 올려볼 만하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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