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고기 당기는 이유 있었네"… 뇌 조종하는 장의 비밀, 국내 연구진이 풀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5 06:00
수정 : 2026.05.25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몸속 단백질이 부족할 때 장(腸)이 뇌의 신경세포를 조절해 고기 등 필수 아미노산을 우선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구체적인 작동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비만은 물론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식이 행동 장애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서성배 기초과학연구원(IBS)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장팀은 서울대, 이화여대 공동 연구진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장-뇌 축(Gut-Brain Axis)' 신경·호르몬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먼저 장 상피세포가 음식 속 필수 아미노산(단백질) 부족을 감지하면, 즉각 장-뇌 신경 경로를 통해 뇌에 빠르게 신호를 보내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유도한다.
뒤이어 장에서 분비된 펩타이드 호르몬인 'CNMa'가 순환계를 타고 느리게 뇌에 도달해 단백질 선호 행동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돕는다.
특히 연구진은 장 유래 CNMa 신호가 뇌에서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촉진하는 동시에, 탄수화물(포도당) 섭취를 유도하는 특정 뉴런(DH44)의 활성은 억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는 동물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단순히 전체 식사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영양소를 선택하고 다른 영양소는 배제하는 '선택적 섭식' 행동을 장과 뇌가 스스로 재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에 확인된 메커니즘은 기존 단백질 결핍 반응의 핵심 호르몬으로 알려진 간 유래 호르몬(FGF21)이 없는 상태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뇌 축이 기존 체계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강력한 대안적 섭식 조절 시스템이라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서성배 단장은 "현재 비만 및 식욕 조절 약물 대부분이 장 호르몬 신호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동안 자연 분비 장 호르몬이 뇌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구체적 경로는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다"며 "장과 뇌의 영양소 선택 원리를 밝힌 이번 연구가 향후 대사 질환과 식이 행동 장애 치료 연구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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