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철근누락과 동네축구
파이낸셜뉴스
2026.05.24 15:39
수정 : 2026.05.24 15:39기사원문
김재권 아시아친환경자원협회 회장
한국 건설 시스템은 왜 아직도 국제 기준에 미흡한가
실제로 한국 건설사의 시공 능력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한국 기업을 초청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건설현장을 돌아보면 씁쓸한 질문이 떠오른다. "국내 건설 시스템은 아직도 동네축구 수준 아닌가?"
GTX-A 삼성역은 단순한 지하철역이 아니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연결된 초대형 국가 핵심 인프라다. 지하 약 50m 이상의 초대심도 구조물이며 하루 수 십만 명이 이용하게 될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핵심 시설이다. 이러한 구조물은 일반 건물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안전성과 품질관리가 요구된다.
그런데 최근 지하 5층 기둥 일부에서 설계된 철근의 절반 수준만 시공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투 번들(Two Bundle)'로 표시된 철근 배근이 현장에서 한 묶음만 시공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순 기능공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설계에서 시공상세, 감리, 검측, 품질관리 체계 전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경험했다. 무량판 구조의 핵심인 전단보강근이 누락됐고 결국 구조물이 붕괴했다. 당시에도 설계·시공·감리·품질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국가 핵심 철도시설에서도 철근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한국 건설 시스템의 구조적 병폐가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국내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설계도면만으로 시공하지 않는다. 설계도와 별도로 공작도, 철근가공 일람표(BBS), 작업 계획서, 철골 검사계획서(ITP), 시공 및 착공 전 회의 등을 매우 엄격하게 운영한다.
특히 철근공사는 단순히 'D25-150' 같은 표기만 보고 시공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작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철근 묶음 방식과 간격, 훅(Hook) 방향, 조립 순서, 철근 Tag 번호, 확대 단면도까지 상세하게 작성한다.
일본 현장에서는 '오사마리도(納まり図)'와 '배근상세도면(配筋詳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철근 한 개의 방향과 훅 위치까지 확대 상세도를 작성하며 콘크리트 타설 전 '배근건사(配筋檢査)'를 엄격하게 시행한다. 미국 역시 철근공(Rebar Installer)이 단순 설계도면만 보고 작업하지 않는다. 반드시 공작도와 BBS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즉 해외 선진국은 '현장 작업자는 설계 해석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전제를 갖고 시스템을 운영한다. 누구나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면과 시공상세도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 국내 현장은 아직도 애매한 표기와 부족한 상세도, 경험 의존 시공, 형식적 감리, 사진 위주의 검측 문화가 남아 있다.
해외 프로젝트에서는 설계 후 반드시 시공성 검토(Constructability Review)를 수행한다. 즉 '이 설계가 실제 현장에서 시공 가능한가'를 검토한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공기 단축과 최저가 경쟁, 형식적 검토와 서류 중심 행정이 우선 되는 경우가 많다.
이 현장에 직접 가보면 또 다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엄청난 깊이의 지하 현장인데도 작업자와 감리자 이동 동선이 매우 비효율적이다. 긴 가설계단과 복잡한 이동 동선은 작업 피로와 안전 저하를 초래한다.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일본의 대심도 프로젝트에서는 건설 호이스트(Construction Hoist)와 인원용 가설승강기, 자재용 승강기, 수직접근 설계·계획(Vertical Access Plan)을 매우 중요하게 관리한다. 해외건설을 해보면 이동시간도 안전과 품질에 관계가 있다고 본다. 너무 깊고 접근하기 어려우면 감리와 검측 빈도 자체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접근성은 곧 품질관리, 안전관리다.
실제 현장에서는 무자격 현장관리와 형식적 감리, 경험 부족 감독, 서류 위주의 품질관리 문제가 반복된다. 감리는 단순히 서명하는 직업이 아니다. 실제 구조안전과 시공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철근 배근과 콘크리트 구조는 현장 경험과 구조 이해가 동시에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은 자격 남발과 과도한 업체 수, 저가 경쟁, 책임 회피 구조 속에서 기술자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국내 사업관리체계는 실질적인 책임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 가보면 책임사업관리자에게 사업비 조정권한이 없고, 감독관에게 행정문서 보고와 사진 찍어 보고하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건설기술 자체는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이제 국내 건설에서도 국제 수준의 공작도 체계와 시공성 검토 의무화, 실질적 감리제도, 빌딩 정보 모델링(BIM) 기반 철근검토, ITP 중심 품질관리, 기능공 교육 강화, 현장 접근성과 안전동선 개선 등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건설기술인은 약 107만명 수준이다. 건설공사에는 해당 관련 학과에서 기본적인 공학 지식과 현장 경험을 갖춘 기술자가 필요하다. 숫자가 많다고 기술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노후가 보장되고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기술인이 존경받아야 젊고 유능한 청년들이 건설 분야에 참여할 것이다.
GTX-A 철근누락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건설 시스템이 여전히 '동네축구'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다. 이번 기회에 건설시스템을 고치지 못하면 똑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김재권 아시아친환경자원협회 회장(기술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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