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기억, 예일대 하모니로 잇는다… 돌문화공원서 평화 공연

파이낸셜뉴스       2026.05.24 16:22   수정 : 2026.05.24 16:22기사원문
30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예일대 아카펠라 그룹 '윔 앤 리듬' 무대
바이올린·피아노로 평화 메시지 확장
북촌 희생터 배경 창작극 첫 공개
160석 선착순 무료 사전 신청 진행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의 기억과 평화의 메시지가 세계 청년들의 목소리와 제주 예술인의 무대로 이어진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제주4·3을 지역의 아픔을 넘어 세계가 함께 기억할 평화의 역사로 확장하려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24일 제주4·3평화재단에 따르면 오는 30일 오후 3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예일대 아카펠라 그룹과 함께하는 제주4·3 하모니'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예일대학교 대표 여성 아카펠라 그룹 '윔 앤 리듬(Whim 'n Rhythm)'의 제주 방문을 계기로 마련됐다. 제주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4·3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음악과 공연예술로 기억과 평화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다.

공연은 모두 3부로 구성된다. 예일대 아카펠라 공연, 초청 연주, 창작극을 연결해 세대와 국경, 언어를 넘어 제주4·3의 역사적 의미를 공감하도록 기획됐다. 갤러리 누보와 제주 기반 예술 공연 기획사 도레미컴퍼니도 협력했다.

1부 무대에는 예일대 '윔 앤 리듬'이 오른다. 이 그룹은 1981년 창단된 예일대 여성 아카펠라 그룹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해 왔다. 클래식부터 재즈, 팝까지 폭넓은 장르를 아우르며 목소리만으로 섬세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제주 공연의 의미는 젊은 세대가 제주4·3이라는 역사와 마주하고 음악으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4·3 문화콘텐츠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다.

2부 초청 연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청소년 바이올리니스트 백주호, 제주에서 활동해 온 피아니스트 강한나가 참여한다. 이들은 쇼스타코비치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을 연주한다.

이 곡은 고통의 시대 속에서도 밝고 서정적인 정서를 품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공연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위로, 미래 세대의 평화 메시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3부에서는 도레미컴퍼니가 이번 공연을 위해 기획한 창작극 '당팟 아래 소녀들'이 처음 공개된다. 작품은 제주 북촌마을 4·3 희생터인 '당팟'을 배경으로 오랜 세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세 소녀의 멈춰버린 시간을 그린다.

극본은 2025년 계간 '제주작가' 동화 부문 신인상을 받은 김현희 작가가 맡았다. 전새봄 창작집단 꿀비 대표가 연출과 각색을 맡고 강지현, 김은설, 이지수, 지은혜 등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당팟 아래 소녀들'은 4·3을 거대한 역사 서술이 아니라 한때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소녀들의 시간으로 풀어낸다. 새하얀 고무신과 동백기름, 누빔조끼 같은 생활의 기억을 통해 관객이 4·3의 비극을 더 가까운 인간의 이야기로 마주하게 하는 방식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창작극의 서사와 예일대 아카펠라, 제주 지역 학생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이어지는 합창 무대로 꾸며진다. 배우 지은혜가 부르는 곡 '제주4·3'에 예일대 단원들과 제주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며 기억의 노래가 평화의 하모니로 확장되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제주4·3을 추념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예술과 교육, 국제교류의 언어로 새롭게 전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젊은 예술가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4·3의 기억을 다음 세대와 세계 시민사회로 잇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4·3은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인권과 평화의 역사"라며 "공연예술을 통해 4·3의 메시지를 젊은 세대와 세계 시민사회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된다. 포스터 QR코드와 온라인 신청 링크를 통해 160석 선착순 사전 접수를 받는다. 공연 당일에는 제주돌문화공원 매표소 앞에서 사전 신청 확인 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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