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적금으로 SK하이닉스?"…자녀 계좌로 주식 산 부모

파이낸셜뉴스       2026.05.25 05:30   수정 : 2026.05.25 07:59기사원문
미성년 주식 소유자 76만명 넘어
자녀 명의 계좌라도 운용 기준 두고 부부 갈등



가장 가까운 사이여서 더 쉽게 다투고, 또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생활비, 육아, 집안일, 부모 부양처럼 매일의 일상이 가족 안에서 갈등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이웃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도 오래된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아이 대학 갈 때 쓰자던 돈이잖아." , "코스피 계속 올라가고 삼성, 하이닉스는 괜찮지!"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A씨 부부는 최근 자녀 명의 주식계좌 때문에 크게 다퉜다. 남편이 아이 적금 일부를 해지해 반도체주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산 사실을 아내가 뒤늦게 알게 되면서다. 남편은 "아이 돈을 불려주려고 한 것"이라고 했지만, 아내는 "손실이 나면 아이 돈을 잃은 건데 왜 혼자 결정했느냐"고 맞섰다.

미성년 자녀 명의 주식계좌가 늘면서 가족 안의 돈 갈등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 이름으로 적금이나 보험을 드는 일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주식과 ETF를 사주는 부모가 늘었다. 장기투자와 금융교육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자녀 돈을 누가 판단하고 어디까지 굴릴 수 있는지를 두고 부부 사이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 돈인가, 부모의 투자 판단인가


A씨 부부도 처음에는 아이 명의 계좌를 만드는 데 동의했다. 세뱃돈과 돌잔치 때 받은 돈, 매달 넣던 적금을 모아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올해 증시가 오르자 적금보다 주식이 낫다고 봤다. 그는 "아이 앞으로 10년 이상 둘 돈이면 우량주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 생각은 달랐다. 그는 "투자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 상의 없이 적금을 깬 게 문제"라고 했다. 이어 "아이 돈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부모 마음대로 사고파는 돈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녀 명의 계좌는 부모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자는 직접 계좌를 개설하거나 투자 판단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쉽게 부모의 판단이 들어간다. 아이를 위한 투자와 부모의 투자 욕심이 같은 계좌 안에서 섞이는 이유다.

미성년 주식 투자,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자녀 명의 투자는 일부 가정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미성년 주식 소유자는 76만9264명으로 전체 개인 투자자의 5.3%를 차지했다.

시가총액 상위 200개 상장사 가운데 연령별 주주 현황이 공개된 88개사를 기준으로 보면, 20세 미만 미성년 주주는 72만834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2조9761억원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처럼 익숙한 대형주에 미성년 주주가 몰리는 흐름도 뚜렷하다. 2025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20세 미만 주주는 34만3694명이었다. 전체 미성년 주식 소유자의 상당수가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셈이다.

증권사 자료에서도 증가세는 확인된다. 올해 1분기 토스증권의 미성년자 전용 아이계좌 개설 사용자는 18만480명으로, 지난해 1분기 1만8738명보다 크게 늘었다. 신한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미성년자 계좌 개설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여와 세금도 가족이 알아야 할 문제


자녀 계좌에 돈을 넣는 순간 세금 문제도 따라온다. 부모가 아이 계좌에 현금이나 주식을 넣으면 증여에 해당할 수 있다. 국세청은 직계존속이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할 때 증여재산공제 한도를 10년간 2000만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성년 자녀는 10년간 5000만원이다.

공제 한도 안이라고 해서 아무 기록 없이 넘어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중에 자금 출처나 증여 시점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신고 여부와 증빙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아이 계좌에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매매를 반복하면, 단순한 금융교육용 투자와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A씨 아내도 세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이 돈이라고 해놓고 나중에 세금 문제가 생기면 또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남편은 "한도 안에서 넣은 돈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지만, 이후 입금 내역과 투자 내역을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수익이 나도 갈등은 남는다


자녀 명의 투자는 손실이 났을 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익이 나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한쪽은 아이 교육비나 대학 등록금으로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더 오래 굴릴 자산으로 볼 수 있다. 매도 시점도 다르다.

A씨 부부는 결국 아이 계좌에 들어간 돈을 세 가지로 나누기로 했다. 아이가 받은 세뱃돈과 용돈, 부모가 증여한 돈, 투자 수익을 구분해 기록하기로 했다. 추가 매수나 매도는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아내는 "주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아이 이름으로 된 돈을 부모가 몰래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도 "수익을 내면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계좌라면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자녀 명의 계좌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돈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부모다. 계좌 이름은 아이 것이어도, 투자 판단과 세금, 손실 책임은 결국 가족 안에서 다시 나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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