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언더를 어떻게 이기나"… 셰플러도 제낀 준우승 김시우, K-골프 품격 제대로 드높였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5 09:38   수정 : 2026.05.25 09:37기사원문
클라크의 하루 11타 줄이기 원맨쇼… 27언더파 맹타에도 3타 차 역전패
"나도 퍼트 이렇게 잘해본 적 없어" 우승 압박 이겨낸 성숙해진 강철 멘탈
임성재 공동 9위·노승열 18위… 세계 최고 무대 호령하는 태극 전사들의 값진 자부심



[파이낸셜뉴스] 우승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고개를 숙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뿜어낸 태극 전사의 맹타는 미국 현지 골프 팬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27언더파라는 경이로운 스코어를 적어내고도 상대의 '비현실적인 플레이'에 우승을 내준 김시우(29·CJ)가 한층 성숙해진 강철 멘탈을 과시하며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시우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1,03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27언더파 257타를 기록한 김시우는 마지막 날 무려 11타를 줄이는 '괴력'을 발휘한 윈덤 클라크(미국·30언더파 254타)에 3타 차 역전 우승을 내주며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비록 2023년 소니 오픈 이후 3년 만의 통산 5승 달성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지난 2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이은 값진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이자, K-골프의 매운맛을 미국 본토에 제대로 각인시킨 명승부였다.

출발은 산뜻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내달렸던 김시우는 5번부터 7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클라크의 기세가 매서웠다. 전반에만 1타 차로 턱밑까지 추격해 온 클라크는 12번 홀(파5)에서 4.7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기어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살얼음판 승부의 분수령은 15번 홀(파3)이었다. 프린지 근처에서 퍼터를 쥔 클라크가 무려 13.7m 장거리 버디 퍼트를 기적처럼 홀컵에 떨구며 포효했다. 반면 비슷한 거리에서 시도한 김시우의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흐름을 탄 클라크는 17번, 18번 홀을 연속 버디로 장식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김시우는 차분히 파로 마무리하며 대회를 마쳤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음에도 김시우의 표정은 밝고 단단했다. 좌절보다는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김시우는 경기 후 "올해 우승권에서 자주 경기하며 긴장감 없이 편하게 쳤다. 나 역시 우승권에서 이렇게 퍼트를 잘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어 "11언더파를 치는 선수 앞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쉽지만 워낙 치열한 투어에서 2위를 한 것도 대단한 일"이라며 의연한 챔피언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스스로 "과거엔 내가 잘하는 선수인지 몰랐지만, 주변의 응원 덕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백한 김시우의 말처럼, 그의 골프는 기술을 넘어 멘탈까지 세계 최정상급으로 진화했음을 이번 대회가 증명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미국·25언더파 259타)마저 3위로 밀어낸 그의 샷 감각은 남은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한편, 태극 전사들의 동반 선전도 빛났다. 든든한 맏형 임성재는 마지막 날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공동 9위에 오르며 시즌 세 번째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올 시즌 처음 투어에 나선 노승열은 16언더파 268타로 단독 18위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고, 김주형(공동 54위)과 배용준(공동 62위)도 세계 최고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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