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면 기름값 잡는다? 美, 착각도 유분수지"... 섣부른 유가 폭락 베팅, 개미들만 피눈물 흘린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5 10:30   수정 : 2026.05.25 10:30기사원문
유조선 속도만 계산한 백악관의 헛발질… 현장은 기뢰밭에 발 묶인 선박만 2천 척
기뢰 제거·보험료 폭등 '산 넘어 산'… 애드녹 CEO "완전 정상화는 내년 이후"
정치적 수사에 흔들리는 유가… 섣부른 하락 베팅보단 에너지주 냉정한 '타점' 노릴 때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가시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섣부른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유조선의 하루 이동 거리(556km)를 고려하면 두 달 안에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단언한 것은 시장에 안도감을 불어넣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현장의 냉혹한 현실을 배제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해협 개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4%대 급락했다. 하지만 실물 시장의 공급망 정상화는 백악관의 계산기처럼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페르시아만 해역에 갇힌 1500~2000척의 선박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 유조선의 스크루가 당장 내일 돌아간다고 해도 꽉 막힌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데만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치명적인 뇌관은 바다 밑에 깔린 '기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뢰 제거 함정과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는 데만 수주가 걸릴 것이라 경고했다. 위험 프리미엄을 우려한 글로벌 보험사들이 선박 호송과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하면서 물류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 애드녹(ADNOC)의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CEO)가 "통행량 80% 회복에 최소 4개월, 완전한 정상화는 내년 1~2분기 이전엔 어렵다"고 쐐기를 박은 이유다.

여기에 이란 군부 실세인 모흐센 레자이가 "해협 통제는 이란의 법적 권리"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잔존해 있다. 전쟁 기간 IEA 추산 두 달 만에 2억 5000만 배럴이나 증발해버린 원유 재고 상황을 고려하면, 겉으로 보이는 '평화 무드'와 달리 유가가 쉽게 과거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호재성 헤드라인에 취해 유가 하락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휴전 합의라는 재료가 시장에 단기적인 심리적 안도감을 주며 가격을 끌어내리는 지금의 이 변동성이야말로,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은 우량 에너지주의 조정을 기다려온 투자자들에게는 한 주씩 조심스럽게 모아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냉정한 타점을 제공하는 구간이다.

백악관의 '희망 회로'와 바다 위 '물류 지옥' 사이의 괴리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확실한 무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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