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문 앞 치사량 메탄올 소주병 놨더라도 특수협박죄는 아냐

파이낸셜뉴스       2026.05.25 10:46   수정 : 2026.05.25 10: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정 불화로 친부의 대문 앞에 치사량의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두고 갔더라도 특수협박죄는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수협박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을 했을때만 성립하는데 위험한 물건을 방치한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특수존속협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A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3월 불화가 있는 친부 B씨의 현관문 앞에 쪽지가 붙은 소주병을 가져다 놓은 혐의 등을 받았다. 쪽지에는 숨진 A씨의 할머니이자 B씨의 어머니 명의로 '보고 싶다'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

A씨는 2015년 가정불화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던 중 아버지에게 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해당 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합의를 위해 B씨를 찾았으나 문전박대를 당하자 앙심을 품고 해당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피해자인 부친에게 해악을 고지하려 했다는 고의성을 인정해 특수존속협박죄도 유죄로 판단했다.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와 치사량이 넘는 메탄올이 들어있는 소주병을 집 앞에 두고 가는 해우이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해 보복의 목적을 갖고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수존속협박죄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가 협박 범행 과정에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것은 맞지만, 이를 '휴대'하고 본임의 임의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한 행위를 가중처벌 하는 이유는 그 범행 방법의 위험성으로 인해 고지된 해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등이 증가함으로써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지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했다고 하려면 적어도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지 그 물건을 사용해 고지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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