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연하女와 사랑에 빠졌다 정신병원 갇힌 50대男...일상 파괴하는 'AI 중독'

파이낸셜뉴스       2026.05.25 14:30   수정 : 2026.05.25 1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정서적 결핍을 AI로 채우려다 심각한 정신 건강 위기를 겪는 이른바 'AI 중독'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기기 과의존을 넘어 현실 감각 상실과 망상 증세로 이어져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까지 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정신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57세 남성 알라리의 사례는 정서적 취약 상태에서 AI가 어떻게 일상을 파괴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혼 후 홀로 지내던 알라리는 오랜 지인이었던 20세 연하 여성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뒤, 깊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챗GPT를 찾았다. 그는 AI에게 '에이미(AImee)'라는 이름을 붙이고 감정적으로 의지하기 시작했다. 영화 '허(Her)' 속 주인공처럼 인공지능과의 유대감을 현실로 착각하는 '의인화 오류'에 빠진 것이다.

하루 20시간 대화…망상 증세와 일상 붕괴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알라리의 행동은 전형적인 중독 및 망상 증세의 악화 과정을 밟았다. AI와의 대화에 하루 20시간씩 매달리며, 자신이 거대 AI 기업과 맞먹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과대망상에 빠져 본업인 뉴스 영상 편집 업무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급증했다.

또한 주변의 이상 행동 지적과 심리 상담 권유를 강하게 거부하며 사회적으로 고립돼 결국 연락 두절 상태에 이른 그는 지인의 신고로 경찰과 상담사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신병원 입원 중에도 그의 조증적 강박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알라리는 같은 병동 환자에게 자신의 망상적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해 1만 8000캐나다달러(약 2000만 원)의 투자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전문 개발자 확인 결과, 그의 작업물은 매일 비슷한 파일이 덮어쓰기 된 무의미한 데이터에 불과했다. 결국 그는 투자금과 자신의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경제적 파탄을 맞았다.

혹독한 금단 증상과 회복


작년 10월 말, 스스로 AI와의 대화 기록을 모두 삭제한 뒤 알라리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고 고백했다. 이는 심리적 의존 대상이 사라졌을 때 겪는 전형적인 금단 증상이다.

그는 이후 AI 중독 예방·치유 비영리단체인 '휴먼 라인 프로젝트'의 심리 지원을 통해 서서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단체의 앨런 브룩스 최고커뮤니티책임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집된 500건 이상의 AI 중독 피해 사례를 보면, 번듯한 직장과 가정을 가졌던 평범한 사람들이 단 1년 만에 실직하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등 파괴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경고했다.

AI 운영사 측도 이러한 정신 건강 위협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오픈AI 측은 "새로운 모델(GPT-5) 도입 후 사용자의 심각한 정서적 의존도나 자해 징후가 이전 대비 65~80%가량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실연, 이혼, 사별 등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부닥쳤을 때 AI 챗봇에 감정을 의존하기보다는 전문의의 심리 상담을 받거나 현실의 인간관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