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무대, 경계를 넘는 예술

파이낸셜뉴스       2026.05.25 19:07   수정 : 2026.05.25 19:53기사원문



오페라는 오랫동안 전통과 형식의 예술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예술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오페라는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의 언어와 감각으로 끊임없이 확장되는 살아 있는 예술이다.

이제 무대는 더 이상 극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과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는 오페라의 표현 방식을 넓히고, 관객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국경을 넘어서는 관객과 만나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무대의 시공간을 확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오페라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이야기다.

또한 미래의 오페라는 더 많은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특정 계층과 문화에 머물렀던 서사를 넘어, 다양한 삶과 정체성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새로운 창작 오페라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희망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오페라가 동시대 예술로 살아남는 길이다.

관객 역시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존재가 아니라, 작품과 관계를 맺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었다. 우리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오페라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자 '체험'이 되어야 한다.

나는 오페라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기를 바란다. 어린이와 청소년,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이들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 쉽다는 것은 가볍다는 의미가 아니다.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더 넓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오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결국 내가 꿈꾸는 오페라는 경계를 넘는 예술이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기술, 무대와 현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가는 예술.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인간을 이해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게 된다. 오페라는 여전히 노래한다. 그리고 그 노래는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울려 퍼진다.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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