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먼저냐 제재 먼저냐"…미·이란 협상 교착
파이낸셜뉴스
2026.05.26 06:48
수정 : 2026.05.26 06:47기사원문
미국·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제재 완화 순서 놓고 충돌
트럼프 "합의 근접" 발언 하루 만에 WSJ 협상 난항 보도
미국은 선제 핵 제한 요구, 이란은 제재 완화 보장 우선 주장
호르무즈 해협·휴전 연장 담은 MOU 논의도 속도 둔화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핵 프로그램 제한과 제재 완화의 선후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협상 난항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감에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완화와 휴전 연장, 후속 핵협상 개시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다.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적이고 명확한 제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제재 완화와 자산 동결 해제에 대한 구체적 보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재국들은 미국이 이란이 일부 제재 완화 혜택만 확보한 뒤 핵 협상을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 타결 필요성은 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 내 피로감과 국제유가 상승 부담을 안고 있고, 이란 역시 제재와 해상 통제로 악화한 경제난에서 벗어나야 하는 처지다.
걸프 국가들도 대체로 협상 자체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미국이 안보 우려가 해소되기 전에 중동에서 영향력을 줄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 보장 조항을 MOU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가 이란 및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압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미국 측에 보다 강경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중재국들은 이란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실제 권력 구도와 협상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정책 혼선을 문제 삼기도 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정책 결정과 의사결정 과정이 제도적 불안정성에 시달리고 있어 잦은 인사 변동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이란까지 포함하는 아브라함 협정 확대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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