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끝난 뒤 노린 것…트럼프의 아브라함 구상

파이낸셜뉴스       2026.05.26 10:06   수정 : 2026.05.26 10: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막바지 종전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트럼프 1기 핵심 외교 구상이었던 '아브라함 협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전쟁 이후 중동 질서를 미국·이스라엘 중심으로 재편하고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동시에 미국 내 대이란 협상 반대 여론까지 무마할 수 있는 일석다조 카드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실제 확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국교 정상화와 경제·안보 협력을 추진하는 중동 외교 협정이다.

"종전 넘어 중동 질서 재편 노린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현재 이란 핵 보유 금지와 대이란 제재 완화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WSJ는 중재국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에 대한 보다 명확한 약속을 사전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종전 협상과 전후 중동 질서 재편을 연계한 이른바 '빅딜 구상'을 공개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가 즉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란이 미국과 합의에 서명한다면 이란 역시 세계 연합의 일원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것"이라며 이란의 협정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어 "미국이 이 매우 복잡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고려하면 모든 국가가 즉시 협정에 가입하는 것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파키스탄·튀르키예·이집트·요르단 정상들과 통화했다며 이들 국가에 집단적으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였던 2020년 체결된 중동 외교 합의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UAE와 바레인을 시작으로 모로코·수단 등이 참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협정 확대를 핵심 외교 과제로 제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브라함 협정을 다시 거론한 데에는 몇 가지 포석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자신이 이란 재공격을 보류하고 종전 협상에 나선 만큼 중동 국가들 역시 외교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란과의 휴전·핵 협상을 단순한 전쟁 종식이 아닌 중동 질서 재편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 이후 중동 국가들을 이스라엘과 연결된 안보·경제 블록으로 묶어 '화약고'인 중동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견제·미국 내 반발 무마 포석"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영국·유로존을 제치고 걸프 지역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으며,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는 중동 국가들의 핵심 기술 및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안보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아브라함 협정을 단순 외교 협정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 주도의 중동 경제 블록을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평가했다.

내부 비판을 무마할 수 있는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브라함 협정 확대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협상을 비판해 온 공화당 내 강경파를 일정 부분 달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최근 이란과의 평화 협상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며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합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파키스탄 반발…현실 장벽 높아"


그러나 현실적 장벽은 높다. 파키스탄은 즉각 반발했다.

파키스탄 안보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이란 휴전 외교를 활용해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밀어붙이려는 시도"라면서도 "두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지 않으며 그렇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한 사우디는 이스라엘 승인 문제를 단순 외교 현안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종교적 정통성 문제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 합의 없이는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인 알리 바에즈는 CNBC에 "트럼프는 이란 핵 협상을 아브라함 협정의 연장선처럼 포장하려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모두에 이익이 되면서도 워싱턴 내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 구도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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