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돌계단 아래 쿵.." 80대 캐나다관광객 온병원서 수술 '위기 모면'

파이낸셜뉴스       2026.05.26 10:42   수정 : 2026.05.26 11:00기사원문
'여행자보험 지불보증' 덕에 수천만원 치료비 폭탄 면해
방한 외래객 1900만명 시대, 여행자보험 반드시 가입해야
'응급의료 대불제도' 사각지대 메우지만 국내 여론 싸늘해



[파이낸셜뉴스] 지난 23일 오전 9시 10분께,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를 찾은 캐나다인 관광객 로슨씨(84)는 사진을 촬영하던 중 발이 꼬이며 10층 돌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119 구급대를 통해 이날 오전 10시 16분께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응급센터로 긴급 이송된 로슨 씨는 내원 당시 두피와 좌측 정강이에 깊은 열상을 입고 우측 팔(전완부)이 골절되는 등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응급센터 송필호 과장 등 의료진의 신속한 응급 처치와 신경외과·정형외과의 긴밀한 협진 끝에 다행히 우려했던 뇌출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슨 씨는 이틀 뒤인 25일 오후 1시 30분, 정형외과 김윤준 원장의 집도로 우측 전완부 관혈적 정복술 및 내고정술(골절된 뼈를 맞추고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병실에서 안정가료 중이다.

자칫 외국인 타지에서 치명적일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 신속한 현지 의료 시스템 덕에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수술실 밖에서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의료비 수납' 문제였다.

■ 건강보험 없는 외국인, '국제수가' 적용… 수백∼수천만원 달하는 치료비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일반 환자보다 훨씬 높은 '국제수가'가 적용된다. 응급실 처치와 CT 등 정밀 검사, 전신마취 하에 진행되는 정형외과 수술비와 입원비까지 더해지면 개인이 당장 부담하기에는 무거운 금액이 청구된다.

만약 환자가 당장 지불 능력이 없다면 해당병원은 환자의 자필 서명을 받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불제도'를 신청해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이 응급환자에게 진료를 제공하고 돈을 받지 못했을 때 심사평가원이 국가 기금으로 치료비를 대신 지급해 준 뒤, 향후 환자 본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제도다.

실제로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치료비를 내지 못해 이 대불제도를 이용하는 외국인 사례는 매년 수백 건에 달해 국가 재정적 부담과 행정력 소모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불제도가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사후 구상권 청구 과정에서 국외 거주 외국인의 경우 환수가 까다로워 미수금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크루즈선을 타고 일본과 한국 등 동남아 여행 중인 로슨 씨의 경우 다행히 출국 전 '해외여행자 보험'에 가입해 두었던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현장 조율을 통해 캐나다 현지 보험회사로부터 온병원으로 직접 '진료비 지불보증서'가 발송됐고, 환자는 거액의 병원비 부담 없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병원 역시 미납 리스크 없이 안심하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너도나도 국경 넘는데'… 여행자보험 인식은 아직 걸음마

코로나19 팬데믹의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난 국내외 관광 시장은 역대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및 야놀자리서치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893만명을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 2019년의 1750만명을 완전히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4월 누적 방한객 역시 677만 명으로 동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우리 국민의 해외 행렬도 폭발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해외로 나간 한국인 여행객은 2955만명에 육박해 30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국경을 넘는 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해외여행자 보험' 가입을 필수 지출이 아닌 '선택 사항'이나 '낭비'로 치부하는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온병원 김우택 행정본부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낯선 여행지에서는 환경 변화와 긴장 완화로 인해 낙상, 교통사고, 급성 질환 등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며, "국내 환자가 해외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다쳤을 때 모두 여행자보험이 없다면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파탄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불제도 등의 응급 의료 안전망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외 여행 출발 전 단돈 몇 만 원으로 수천만 원의 의료 재앙을 막을 수 있는 '해외여행자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강력히 권고하는 제도적 보완과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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