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증명보다 따뜻한 밥이 먼저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6 18:08   수정 : 2026.05.26 18:08기사원문

복지 예산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는 증명하기 어려운 가난으로 신음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서류를 떼고, 자신의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행정 절차는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 요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배고픔에는 증명서가 필요 없습니다'는 기치 아래 정부가 '그냥드림'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냥드림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자격 기준을 먼저 묻지 않고 식품을 즉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57개소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해 올해 5월 18일 본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운영 사업장이 280개소로 대폭 확대되었다.

그냥드림이 기존 현물지원 사업과 다른 점은 단순히 식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용자에게는 상담을 거쳐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9만 7926명에게 식품을 제공하였고, 이 중 상담을 통해 1553가구에게 복지서비스를 연계하였다.

그냥드림 사업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사람과 행정의 조화가 필요하다. 본사업을 시행하면서 꼭 필요한 자가 그냥드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가점검표를 도입하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자가 생기지 않도록 현장 인력이 방문자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펴 위기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냥드림에 연계할 수 있도록 한 예처럼, 위기가구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사회 내 기관과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신한금융그룹이 100억원을 후원하는 등 민간 후원금 116억원을 확보한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는 그냥드림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확산해 사업성과를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의 참여를 꾸준히 이끌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홍보 수단을 다각화해야 한다. 경기에 민감한 임시일용직이나 소상공인 등은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쳐도 복지 제도를 이용해 본 경험이 없어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저 없이 그냥드림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이들이 많이 찾는 장소를 중심으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주거 불안정 가구가 밀집한 지역을 찾아가는 이동형 코너도 고려할 수 있다.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따뜻한 밥 한 끼를 먼저 지원하는 것은 '퍼주기'가 아니라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책무다. 그냥드림이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까지 단단히 묶어주는 연대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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