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전투기 소음보다 시끄러운데 합법이라고?
파이낸셜뉴스
2026.05.26 18:10
수정 : 2026.05.26 18:39기사원문
선거법상 확성기 127㏈까지 허용
전투기 이착륙시 소음이 120㏈
3년간 관련 민원만 2만건 달해
전문가들 "실효성 있는 제재 필요"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신모씨(29)는 모처럼 찾아온 일요일~월요일 이틀간 연휴 동안 늦잠조차 맘 편히 잘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침부터 주택 골목길을 유세차가 돌아다니며 고성능 확성기 스피커를 틀어놨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후보를 홍보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유세 소음이 유권자들한테 도움이 될지 도통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소음 고통도 커지고 있다. 선거기간 소음을 제한하기 위한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민들은 원치 않는 확성기 소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소음 허용치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서 제시하는 소음 기준을 보면 열차가 지나갈 때 철도변 소음이 100㏈, 자동차 경적 소음은 110㏈,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이 120㏈이다. 질병관리청은 80㏈ 이상은 건강에 위험한 수준, 120㏈ 이상은 매우 위험한 수준의 소음, 130㏈은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한계 수치라고 규정한다.
바꿔 말해 자동차 확성장치가 전투기 이착륙 때 소음보다 크더라도 공직선거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선거 유세차량의 소음을 단속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셈이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이모씨(31)는 "재택근무할 때가 많은데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새어 들어와 편안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는 지경"이라면서 "음악을 틀어놓거나 이어폰을 꽂고 있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 2024년 2월까지 3년간 범정부 민원시스템에 수집된 '선거 유세' 관련 민원이 1만9949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주요 민원으로 소음 피해, 선거 현수막 관련 불편, 선거운동 차량 교통법규 위반 신고 등이다.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상 소음 허용치를 손보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자들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선거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조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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