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보행자가 횡단보도 벗어나도 운전자 일단 멈춰야"
파이낸셜뉴스
2026.05.26 18:10
수정 : 2026.05.26 18:10기사원문
우회전 중 일시정지 엄격 판단
보행자가 횡단보도 구간을 벗어나 통행했더라도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일시정지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21일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가해자인 운전자 B씨를 불기소 처분한 검찰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B씨는 지난 2024년 1월 서울 서초구의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며 일시정지를 하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A씨를 치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24년 B씨에 대한 교통사고특례법(치상)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사건 당시 A씨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통행하다 사고가 난 점을 들어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도로교통법 27조 1항에 따르면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해야 한다.
A씨는 사고 지점에 횡단보도 안에 있지 않더라도 횡단보도 앞에 서있던 점을 강조하며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한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인용했다. 비록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할지라도,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만약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향해 걷거나 뛰는 경우, 주위를 살피면서 들어서는 경우에도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횡단보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A씨의 경우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설치된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 사이에 서 있었고, 차량 통행 여부를 확인하고 횡단보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헌재는 이를 '횡단보도로 통행하려 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문제의 횡단보도가 A씨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설치돼 있고, 건너편에는 오른쪽에 인도가 없어 A씨는 직진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고려됐다.
이같은 횡단보도의 특성, 위치와 도로 구조물 등 전반적인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횡단보도에서 약간 벗어난 사정만으로는 운전자의 일시정지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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