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전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망 편입"

파이낸셜뉴스       2026.05.27 07:55   수정 : 2026.05.27 07:55기사원문
도시유전-웨이브정읍-트라피규라 나프타급 재생원료 판매계약



[파이낸셜뉴스] 도시유전이 국내 독자기술로 생산한 나프타급 재생원료가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더 기업인 트라피규라에 수출된다. 버려진 폐플라스틱이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공급망에 편입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라는 분석이다.

27일 도시유전에 따르면 전북 정읍의 '웨이브정읍' 공장에서 생산되는 나프타급 재생원료(RGO) 전량에 대해 웨이브정읍과 트라피규라가 지난 26일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트라피규라는 1993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중 하나다. 석유·가스·금속·광물·에너지 분야의 국제 공급망을 운영한다.

이번 계약은 폐플라스틱에서 생산된 재생나프타가 국제인증(ISCC PLUS)을 획득하고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실제로 편입된 사례다. ISCC PLUS 인증은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순환원료·바이오원료 인증 체계 중 하나로 평가된다.

도시유전의 기술은 '태우지 않는 분해'로 요약된다. 30여년간의 연구 끝에 폐플라스틱을 태우지 않고 300도 미만에서 촉매로 분해해 나프타급 재생원료를 만들어 기존 고온 열분해 방식에서 피할 수 없었던 연소·배출·저순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한다. 세라믹 및 파동 에너지로 탄소 고분자화합물의 연결고리를 크래킹(해체)해 폴리머 상태로 환원시키게 된다.

웨이브정읍은 연간 6500t의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처리해 최대 4550t(약 540만L)의 플라스틱 재생원료유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농업용 폐비닐 등 혼합폐기물도 별도 선별 없이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실용성을 높인 포인트다.

도시유전의 해외 시장 개척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왔다. 2024년 3월 베트남 '남안JSC'와 재생나프타 수출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폐플라스틱 재생나프타 수출을 성사시켰다.

이후 도시유전은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위한 인증 작업에 집중했다. 지난해 2월부터 9월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결정하는 ISCC PLUS 국제 인증, 신기술·장비 신뢰성을 검증하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PSM 심사, 설비와 재생원료 적합성을 심사하는 KTL(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3개 기관의 인증과 심사를 연달아 통과했다. EU와 다국적 석유화학사, 포장재·소비재 기업이 ISCC PLUS 인증을 받은 재생원료만 구매하는 추세인 만큼, 이 인증 획득은 트라피규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 문을 여는 핵심 열쇠였다.

이번 수출 계약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글로벌 재생나프타 시장도 있다. 유럽 리서치네스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재생나프타 글로벌 시장 규모는 6억9800만달러이며 2035년에는 18억8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0.4% 이상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이 시장은 북유럽 및 일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탄소감축 규제 강화에 따라 재생원료 확보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불안으로 나프타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재생나프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빠르게 높아졌다.

도시유전의 이번 기술 상용화는 단순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가 기술력으로 창출한 새로운 수출 산업의 탄생이자 한국형 녹색기술 수출 시대의 개막으로 평가된다. 공정 과정에서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 않는 구조는 EU가 요구하는 '탄소 순환 루프'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연간 6500t의 폐플라스틱 처리는 약 1만7550t 규모의 탄소배출권 확보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영훈 도시유전 대표는 "도시유전의 저온 분해 기술은 단순 폐기물 처리 기술이 아니라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이번 트라피규라 수출 계약을 통해 한국형 순환경제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도시유전은 향후 국내외 정유·석유화학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재생원료 및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 확대에도 나설 계획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