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줄 알고 소화제만 먹었는데"… 눈 흰자위 노래지면 이미 늦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7 19:00   수정 : 2026.05.27 19:00기사원문
초기 증상 거의 없어 진단 늦는 '담낭암'
5년 생존율 췌장암 다음으로 낮은 29%
담석·담낭용종 있다면 정기 검진이 답





[파이낸셜뉴스] "오른쪽 윗배가 자꾸 더부룩하고 답답했어요. 체했나 보다 했는데 눈이 노랗게 변하더라고요"

주부 박모(63·여)씨는 반년 전부터 이어진 속 불편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이가 들면 으레 소화가 더뎌지는 것이라 생각했고, 평소 앓던 위장병 탓이려니 했다. 그러나 증상은 갈수록 악화됐다.

입맛이 뚝 떨어져 몇 달 새 체중이 5㎏ 가까이 빠졌다.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눈 흰자위가 누렇게 변한 것을 발견해 병원을 찾은 박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담낭암'이었다. 암은 이미 상당히 진행돼 수술이 어려운 상태였다.

담낭암은 5년 생존율 29%… 췌장암 다음으로 낮아


흔히 '쓸개'라 부르는 담낭은 간에서 만든 담즙을 저장·농축했다가 지방 소화를 돕는 장기다. 이곳에 생기는 악성종양인 담낭암은 주로 60대 이후에 발생한다. 샘세포 조직에 생기는 선암종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담낭은 장벽이 얇고 근육층이 느슨해 암이 한 번 생기면 주변 장기로 빠르게 전이된다. 진행 속도가 빠른 탓에 생존율도 매우 낮다.

2026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담낭·기타담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9.0%로, 췌장암(17.0%)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담낭암은 위암·대장암과 달리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더 많은데, 이는 여성호르몬이 담즙 내 콜레스테롤 생성을 촉진해 담석이 잘 생기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담낭암, 왜 생길까…'담석'과 '담낭용종'을 주목하라




담낭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위험 인자는 담석으로 알려져 있다.

담석은 담낭에 보관된 담즙의 콜레스테롤과 빌리루빈 성분이 굳어 고체 상태의 돌처럼 변한 결석이다. 이 중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분해되며 생기는 황색 색소로,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쌓이면 황달을 일으키는 성분이다.

담석 자체가 곧바로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담낭 안에 자리 잡은 담석이 점막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자극하고, 담즙 흐름이 정체되면서 염증이 누적된다.

담석이 유발하는 만성적인 자극과 염증은 담낭 점막 세포를 변형시키며, 이렇게 변형된 세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담낭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3㎝ 이상의 큰 담석이나 오래 방치된 담석은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인다.

담낭용종도 경계 대상이다.담낭용종은 담낭 안쪽으로 돌출된 모든 형태의 혹을 말한다. 대부분은 암과 무관한 단순 양성종양이다. 종양성 용종인 '선종'의 경우 방치하면 악성종양, 즉 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세심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담낭용종이 1㎝ 미만일 때는 담낭암 발병률이 5% 안팎에 그치지만, 1.6㎝를 넘으면 60% 안팎까지 급증한다.

이런 증상이라면 의심…'체기'로 오해하기 쉬운 담낭암 신호


담낭암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담낭 자체가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해 간 등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있는 데다, 통증도 오른쪽 상복부의 둔한 느낌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오른쪽 어깨나 등으로 퍼지기도 해 근육통 등으로 오인하고 넘기기 쉽다.

암이 진행되면 체중 감소, 식욕부진, 구토가 나타난다. 담즙 흐름이 막혀 지방 소화가 안 되는 데다, 커진 종양이 옆에 붙은 위·십이지장을 압박하면서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종양으로 인해 담도가 막히면 눈·피부가 누렇게 변하는 황달이 생긴다. 다만 눈에 띄는 황달이 나타났을 땐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기 발견'이 관건… 담낭절제술 후 5년 생존율 '90~100%'




담낭암은 조기 발견시 복강경 담낭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다.

전체 담낭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에 못 미치지만, 조기 담낭암은 절제술 후 5년 생존율이 90~100%에 달한다. 진단 시 종양 절제가 가능한 환자가 20~30%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할 때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이 더 진행되면 담낭과 간 일부, 림프절까지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며, 수술이 어려운 경우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오른쪽 윗배의 둔한 불편감이 한 달 넘게 이어지거나 까닭 없이 체중이 줄어든다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담석이나 담낭용종이 있거나 60대 이상 여성 등 담낭암 위험군은 정기적인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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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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