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력에 日 기술 입힌다" 반도체 공급망 새판 짜는 한일

파이낸셜뉴스       2026.05.27 15:56   수정 : 2026.05.28 09:40기사원문
코트라, 도쿄서 일본 소부장 100여곳 대상 반도체 투자설명회
생산·R&D 참여 기회 제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는 가운데 한국이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과 제조 AI 전략을 제시하며 협력 확대에 나섰다. 한국의 제조·메모리 경쟁력과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27일 일본 도쿄 프린스파크타워 호텔에서 개최한 '2026 한일 비즈니스 플라자'에서는 AI 시대 공급망 변화와 반도체 협력 전략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반도체 투자유치 기업설명회(IR)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1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국 투자 유치 활동이 진행됐다.

김태형 인베스트코리아 대표는 '한국 산업의 변화 방향과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과거 공급망이 비용과 효율 최적화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안정성과 복원력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제조 AI 전략인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MAX 프로젝트 목표는 향후 5년 동안 제조업 생산성을 30% 높이는 것이다. 제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4%에 달하는 만큼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한국이 제조 AI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인구 1000명당 연구자 수는 9.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가 되는 반도체와 제조 기반이 이미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 방향도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김기훈 산업통상부 반도체과 사무관은 "AI 시대에는 HBM과 첨단 패키징,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정부 전략을 설명했다.

한국은 메모리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와 소부장, 인재, 지역 생태계 확대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47년까지 약 700조원 규모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광주를 첨단 패키징, 부산을 전력반도체, 구미를 소재·부품 중심 거점으로 육성하는 지역 혁신벨트 구축도 추진 중이다.

김 사무관은 일본 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세계적인 메모리 생산 역량과 자동차·전자·로봇 등 다양한 수요 산업이 있다"며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은 생산과 연구개발, 공급망 고도화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협력 필요성도 수치로 제시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제조업 전체 생산의 약 10%, 수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AI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9.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반도체 산업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제조와 양산 역량을, 일본은 소재와 장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각국이 독자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협력을 통한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는 기술 협력도 이어졌다. AI 협력 포럼·전시상담회에서는 한국 AI 기술기업 42곳이 일본 미즈호·소프트뱅크 등 대기업과 7개 지방자치단체,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1대 1 수출·투자 상담과 기술 시연, 스타트업 피칭 등을 진행해 6건의 기술협력 성과를 거뒀다.


또 로봇·전력 분야 1대1 매칭 상담회에서는 한국 기업 33개사가 일본 도쿄전력 등 대기업과 벤더 90여개사와 상담을 진행해 총 3건, 410만달러 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국 기술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현장 분위기가 더 뜨거웠다"며 "행사가 매년 이어지며 네트워크와 신뢰가 쌓이면서 현지 바이어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흐름을 기업 간 비즈니스 협력으로 연결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공통 과제 해결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