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가치 담아… 국민 일상 품은 열린 공간으로"

파이낸셜뉴스       2026.05.27 18:05   수정 : 2026.05.27 20:46기사원문
황재훈 행복도시 총괄기획가
지리적으로 '닫힌 성역' 위험성 해소 관건
철학적 가치·거버넌스·탄소중립 등 담겨야
권위보단 시민 일상 녹아드는 공간이 핵심
행정수도 상징성 담은 국가중추공간 추진
김재석 ANU디자인그룹 대표
국가상징구역 본질은 모두가 만드는 미래
대통령실과 국회 잇는 '모두의 언덕' 통해
국가·국민의 수평적 관계, 공간으로 구현
미래형 교통체계로 도시 접근성도 높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추진 중인 세종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의 핵심 방향은 '권위의 공간'에서 '시민의 공간'으로의 전환이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이 들어서는 행복도시 중심부를 시민 일상과 연결된 열린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세종 국가상징구역은 행복도시 중심부 약 210만㎡ 부지에 조성된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시민공간 등을 연계해 행정수도 상징성을 담는 국가중추공간으로 추진 중이다. 정부는 실질적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국가상징구역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황재훈 행복도시 총괄기획가(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와 김재석 ANU디자인그룹 대표(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당선팀 총괄)는 26일 대담에서 "국민의 일상이 국가의 상징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국가상징구역이 단순한 행정시설 집적지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행정수도의 미래 비전을 담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황재훈 행복도시 총괄기획가와 김재석 대표의 대담.

▲황재훈=이번 마스터플랜 당선작의 핵심 개념과 설계 철학을 먼저 소개해주시겠습니까. 국가상징구역이라는 공간이 담아야 할 본질적 가치도 궁금합니다.

▲김재석='모두가 만드는 미래(The Future We Build Together)'라는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국가상징구역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가 함께 자리하는 공간으로, 이곳을 권위의 단상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수평적 민주주의의 장으로 구상했습니다. 시민 공간을 두 기관 사이에 배치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경계 없이 소통하도록 한 것이 핵심 개념입니다. 국민의 일상이 모여 대한민국의 풍경이 되도록 하는 데 목표를 뒀습니다.

▲황=그 수평적 관계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핵심 장치는 무엇입니까.

▲김='모두의 언덕'이 핵심입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사이에 위치한 민주주의 광장입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동등하게 바라보고 누구나 자유롭게 걷고 머물 수 있도록 해 국가와 국민의 수평적 관계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시민들의 일상이 이어지는 열린 공공공간으로 계획한 것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황=총괄기획가로서 행복도시 전체 구조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국가상징구역을 행복도시 공간체계 안에서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설계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지점입니다. 국가상징구역은 행복도시의 '심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시 전체 생활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립된 섬이 될 수 있습니다. 총괄기획가로서 도시 전체 맥락을 같은 방향으로 보고 계신지요.

▲황=행복도시는 중앙행정구역을 중심으로 6개 생활권이 환상형으로 배치된 구조입니다. 국가상징구역은 그 중심축에서 금강과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해 자칫 '닫힌 성역'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마스터플랜이 그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가 도시계획 관점에서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황=보행 접근성과 교통체계 측면에서 기존 행복도시 인프라와의 연계 방안은 어떻게 마련됐습니까.

▲김=국가상징구역은 행복도시의 보행 중심축으로 작동하도록 계획했습니다. 부지를 관통하는 일부 도로를 지하화하고 입체적으로 연결해 보행과 대중교통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모두의 언덕'과 광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보행과 대중교통이 만나는 결절점으로 설계했습니다. 어느 방향에서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보행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입니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연계와 자전거 네트워크 확장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황=세계 주요 국가상징공간과 비교했을 때 이번 당선작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워싱턴 내셔널몰은 국가가 국민에게 보여주는 공간이고, 샹젤리제 거리는 국가의 영광과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반면 이번 설계는 '국민이 국가를 만든다'는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 핵심입니다. 국가의 서사를 공간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이 축적돼 서사가 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황=국가상징구역을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머무는 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김=활성화의 핵심은 '모두의 언덕'에 있습니다. 이 공간은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는 장소입니다. 일상적으로 찾고 머무는 공간이 진정한 활성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BRT 등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는 물론 신교통수단까지 아우르는 복합 접근체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도시계획 전문가이자 총괄기획가로서 구체화 용역 단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황=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마스터플랜의 철학적 가치가 개별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 희석되지 않도록 설계지침의 구속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등 국가중추시설 건립기관과 마스터플랜 수행자 간 거버넌스가 명확해야 합니다. 셋째, 탄소중립과 AI 등 미래기술과 발전 방향도 공간적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황=긴 사업 기간 초기 비전을 어떻게 유지하고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어갈 계획입니까.

▲김=현재 도시·건축·교통·조경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당선안의 개념을 실제 도시계획과 공간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물리적 조건은 계속 조정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무실, 국회, 시민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마스터플랜의 취지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현실적 조율과 변화는 이어지겠지만 시민 중심의 철학과 공간적 메시지만큼은 끝까지 지켜내고자 합니다. 시민 참여와 의견수렴을 이어가는 것이 '모두가 만드는 미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마지막으로 총괄기획가로서 국가상징구역이 완성됐을 때 어떤 모습이기를 기대하십니까.

▲황=저는 세종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이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봐 왔습니다. 국가상징구역이 완성되면 교과서 속 사진으로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소풍 오고, 직장인들이 점심에 산책하고, 장년층들이 일상적으로 앉아 쉬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권위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권위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삶 속에 녹아든 공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공간이야말로 '국민의 일상이 국가를 상징한다'는 이번 마스터플랜 당선작의 취지가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깊이 공감합니다. 국가상징구역이 권위와 국민의 수평적 관계, 정체성과 포용, 미래지향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리=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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