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권서 소외된 'AI 머니'
파이낸셜뉴스
2026.05.27 18:16
수정 : 2026.05.27 18:27기사원문
'AI 머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주최한 '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마이클 J 케이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산하 디지털화폐이니셔티브(DCI) 수석고문은 바로 이 문제를 짚었다. AI가 산업 현장에 들어가면 검색과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재고를 확인하고, 원재료를 주문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고, 콘텐츠 사용료 등을 정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AI가 다른 AI에 값을 치르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로, 이때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우리 금융당국의 제도 설계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유통규율을 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수개월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둘지, 핀테크와 플랫폼까지 열지, 거래소 지분규제와 업무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
그사이 금융권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은행은 발행 주체가 될지, 별도 자회사를 만들지, 컨소시엄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핀테크도 발행까지 허용될지, 유통과 결제에 머물러야 할지, 은행과 손잡아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법의 골격이 보이지 않으니 투자와 제휴, 인력 확보와 시스템 개발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상황이 장기화돼 글로벌 결제 인프라 경쟁에서 밀리면 국내 결제·정산 수요가 달러 기반 해외 인프라로 이동하고, 통화주권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산 AI가 실제 경제활동을 할 때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해외 결제망에 의존한다면 반쪽짜리 주권에 그칠 수 있다. 당장 입법을 통한 제도 마련이 어렵다면 금융당국은 최소한의 로드맵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실증사업 허용 범위, 준비자산과 상환 원칙 등이라도 나와야 금융권도 혼란을 뒤로하고 준비에 나설 수 있다. 두뇌는 우리 것인데 돈은 남의 것을 빌리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소버린 AI를 구현하려면 그 AI가 쓸 '소버린 머니'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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