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주민들 "터 잡고 살 수 있는 도시 됐으면…"
파이낸셜뉴스
2026.05.27 18:19
수정 : 2026.05.27 18:18기사원문
학교·병원·공원 등 인프라 부족
삼성직원들 퇴근하면 동탄으로
자생 가능한 도시 생태계 시급
평택(경기)=송지원 기자】 "혹시 주변에 여유 있어서 상가 같은 거 하실 분 있으면 저한테 연락 좀 주세요. 병원이나 미용실처럼 이미 임차가 들어온 곳도 있지만 공실은 많아요. 선임대가 돼 있는 상가는 사시면 월세 수익을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저녁,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유세를 벌이던 고덕국제신도시의 한 상가 건물에서 들은 말이다. 선거 현장 취재를 나온 기자라고 밝혔음에도 상가 주인의 분양 얘기는 거리낌없었다.
평택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기대만큼 사람들이 터를 안 잡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평택 시내에서 만난 56세 택시기사는 고덕 일대 아파트 단지를 지나며 "반도체 공장이 들어온다는 기대감에 상가나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실제로 젊은 직원들은 일만 하고 화성이나 동탄 같은 곳으로 바로 퇴근해 버린다"고 말했다.
실제 젊은 직장인들이 꼽은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생활 인프라였다. 고덕에 거주하는 30대 전기회사 근로자는 "수영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하려고 해도 시설이 부족해 차를 몰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반도체 업계 종사자는 "공원이나 숲 같은 생활녹지가 부족하다"며 "회사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장기간 있을 수 있게 지원해준다. 굳이 이곳에 집까지 마련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과 의료 인프라 부족 역시 정착을 가로막는 요소다. 서울에서 고덕신도시로 이주해 8년째 거주 중이라는 50대 자영업자는 "고덕에 고등학교가 하나밖에 없어 다른 지역 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새 학교다 보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입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덕에 거주하는 30대 주부는 "아이가 밤에 갑자기 아플 수도 있는데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이나 소아 진료 시설이 부족하다"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이런 부분부터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결국 평택이 단순한 산업도시를 넘어 '가정을 꾸리고 쭉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13년째 거주 중이라는 40대 공무원은 "반도체 산업은 계속 커지는데 도시 계획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자꾸 새롭고 거창한 사업만 시작하기보다, 브레인시티처럼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들부터 진척시켜 차근차근 수습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의 공통된 바람은 분명했다. 누가 당선되든 간에 선거철에만 반짝 주목받는 도시가 아니라, 산업 성장에 걸맞은 정주여건을 갖춘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