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과 이혼한다?"…시댁과 선 긋는 日 며느리들
파이낸셜뉴스
2026.05.28 05:40
수정 : 2026.05.28 08: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남편과 사별한 뒤 시부모 등 시댁 식구들과의 법적 관계를 끊어내는 이른바 '사후(死後) 이혼' 사례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가부장적 관행에 대한 반발이나 정서적 단절을 위한 목적이 컸다면, 최근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현실로 다가온 '시부모 부양 및 간병의 책임'을 피하려는 실질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 후 인척 관계를 정리하는 '인척관계 종료 신고' 건수가 2021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증가해 2024년 기준 4027건을 기록했다.
'사후 이혼'은 배우자 사망 후 본적지나 주민등록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서류 한 장만 제출하면 성립된다. 시부모 등 배우자 측 친족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으며, 신고 사실이 상대방에게 통보되지도 않는다.
매체는 간토 지방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의 최근 사례를 소개하며 사후 이혼 증가의 배경을 짚었다.
이 여성은 50대 남편과 사별한 직후인 지난달, 시부모와의 인척관계를 종료했다. 그녀의 시부모는 모두 80대로 현재 치매를 앓으며 요양시설에서 생활 중이다. 남편의 미혼 남동생은 부모 부양에 소극적인 상황. 그녀는 "이대로 두면 결국 '장남의 며느리'인 내가 시부모의 간병과 막대한 요양 비용을 모두 떠안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며 "죽어서도 시댁 식구들과 같은 묘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본의 심각한 고령화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70대 후반에 진입하면서,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수는 2024년 기준 2069만 명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50대 남성 사망률까지 증가하면서 홀로 남겨져 시부모 부양 문제에 직면하는 중년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민법상 며느리나 사위가 시부모를 부양해야 할 직접적인 법적 의무는 없다.
마루노우치 솔레이유 법률사무소의 나카자토 히사코 변호사는 "부양 의무는 원칙적으로 직계혈족(자녀)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사후 이혼을 택하는 이유는 여전히 일본 사회에 짙게 깔린 '가족 책임(며느리가 시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관행)' 의식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사후 이혼으로 인해 유산 상속 및 분할 과정에서 시댁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며 "인척관계 종료 신고는 일단 수리되면 절대로 취소가 불가능하므로, 홧김에 결정하기보다는 충분한 숙고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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