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니 알아서 요격해라" 러, 방공망도 각자도생
파이낸셜뉴스
2026.05.28 06:00
수정 : 2026.05.28 06: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중앙은행과 최대 민간은행인 스베르방크 등 금융기관들이 자체 방공망을 구축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관들이 드론을 격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 전날 발효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새 법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과,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 러시아 현금수송협회(로싱카스)가 자체 무장을 통해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할 수 있다. 로싱카스는 중앙은행 산하의 국영 현금 수송·보안 기업이다.
이들 3개 금융기관은 전파 간섭을 비롯한 방공망을 통해 드론을 요격할 수 있고, 소속 직원들의 무기 소지도 허용된다.
다만 정부가 이들의 방공망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알아서 각자 방공망을 구축하고, 직원들도 무장시켜야 한다.
러시아가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공습해 사상자가 속출하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깊숙이 드론 공격으로 맞대응하면서 나온 조처다.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 의원 아나톨리 악사코프는 러시아 방송 RBC에 "직원들이 무기를 소지하는 한편 드론 방공 시스템과 신호 교란 장비가 금융 기관들 인근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사코프 의원은 "이 목적을 위한 예산 배정은 없다"면서 금융 기관들이 알아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금융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스베르방크만 무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이 은행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영업하고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핵심 항구 도시인 세바스토폴의 중앙은행 지점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방어 법안은 지난해 8월 의회에 제출됐지만 이제서야 통과됐다.
러시아 방공망은 전쟁이 5년째로 접어들면서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 고위 장성들도 방공망의 보호를 받지 못해 2022년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장성들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특수 보호는 올봄에야 시작됐다.
금융기관들처럼 러시아 대기업들도 자체 자금으로 드론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불만이 높다.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 기업들은 상당한 비용 압박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러시아 고위 기업인은 최근 FT에 "우리가 드론 방어를 위해 자체 자금으로 모든 장비를 구입한다"면서 "정부는 아무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6일 대통령 직속 '기업인 권익 보호 특별대표(비즈니스 옴부즈맨)'로 임명한 러시아 최대 재계 단체 '러시아 산업기업가연맹(RSPP)' 회장 알렉산드르 쇼힌은 지난해 정부가 기업 드론 방공망 비용 절반을 부담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쇼힌은 26일 임명식에서 기업들이 자체 방어를 위해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지만 필요한 장비 조달과 운용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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