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아껴 SK하닉 2배 베팅했는데"…주가 2% 떨어질때 10% 출렁, 심장이 '덜컹'

파이낸셜뉴스       2026.05.28 17:00   수정 : 2026.05.28 17:37기사원문
레버리지 ETF에 몰리는 월급쟁이들
생활비 쥐어짜면서 '인생 한방' 노려
변동성 장세땐 '음의 복리 효과' 우려



[파이낸셜뉴스] "도시락은 5000원짜리 먹으면서 주식은 2배짜리를 산다고?", "월급만으론 답이 없으니까."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오간 짧은 대화다. 점심값은 줄이고, 커피는 끊고, 택시는 참는다. 그런데 퇴근길 휴대전화 속 증권 앱에서는 하루 변동폭이 큰 레버리지 ETF를 사고판다.

생활비는 방어적으로 쓰면서 투자에서는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직장인들의 모순적인 풍경이다.

점심값 아끼면서, 고위험 상품에 눈길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직장인의 점심 선택지도 달라지고 있다. 식당 한 끼 가격이 부담스러워지자 편의점 도시락, 구내식당, 간편식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편의점 도시락 수요도 꾸준히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GS25 도시락 매출은 2021년 17.7%, 2022년 41.2%, 2023년 51.0%, 2024년 28.1%, 2025년 23.5% 증가했다. 도시락 매출 증가가 곧 직장인 절약 소비만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외식비 부담 속에서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수요가 커졌다는 흐름은 보여준다.

문제는 아낀 돈의 일부가 더 안정적인 저축이 아니라 고위험 투자로 향한다는 점이다. 최근 증시가 강하게 움직이자 일부 직장인 사이에서는 "점심값 아껴 한 주라도 더 산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반도체, 미국 기술주, 지수 레버리지 상품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이 관심을 끈다.

레버리지는 수익도 손실도 키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나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등으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방향을 맞히면 수익이 커지지만,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커진다. 특히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특정 기업 주가에 수익률이 크게 묶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이 상장됐다. 금융당국은 위험성을 고려해 개인 투자자에게 기본예탁금 1000만원과 사전교육 이수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하루 최대 손실이 60%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경고됐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고위험 상품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흐름은 이미 뚜렷하다. 1월 기준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56종, 순자산총액은 13조203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해외 레버리지 ETF인 TQQQ, SOXL, TSLL의 보관금액 합계도 약 13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2%대 하락 출발하자, 일부 레버리지 ETF는 10%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ACE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장 초반 9.82% 급락 출발해 SK하이닉스가 3%대 하락률을 보이던 시점에 5~6%대 하락했다.

그러나 장 후반 주가가 2%대 반등에 성공하면서 레버리지 ETF도 4% 넘게 상승했다.

월급만으론 불안하다는 심리


직장인들이 투자 위험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월급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 평균소득은 7185만원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했다. 숫자상 소득은 늘었지만, 주거비와 식비, 대출이자 부담을 함께 겪는 직장인에게 체감 여유는 크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월급은 계단처럼 오르는데 집값과 주식, 물가는 엘리베이터처럼 움직인다"는 불만이 나온다.

그래서 일부 직장인은 식비 3000원, 커피 5000원을 줄이면서도 투자에서는 하루 수십만원 손실을 감수한다. 지출에서는 '짠테크', 투자에서는 '한 방'을 택하는 셈이다.



짠테크가 투기 체력으로 바뀔 때


전문가들이 경계하는 지점은 여기다. 생활비 절약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절약으로 만든 여유자금을 손실 감내 범위를 넘어선 상품에 몰아넣는 순간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 보유 과정에서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변동성 때문에 수익률이 기대와 달라질 수 있다.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다.

직장인 투자자에게 더 위험한 것은 손실이 곧바로 생활 리듬을 흔든다는 점이다. 여유자금이 아닌 카드값, 전세대출 이자, 다음 달 생활비와 연결된 돈으로 투자하면 하락장에서는 판단이 더 급해진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추가 매수에 나서거나 더 높은 배율 상품으로 옮겨가는 악순환도 생긴다.


편의점 도시락을 고르는 손은 신중하지만, 증권 앱 매수 버튼을 누르는 손은 조급해질 때가 있다. 월급쟁이의 짠테크가 자산 형성의 습관이 될지, 위험한 베팅의 연료가 될지는 결국 투자 금액과 손실 감내선에서 갈린다.

한 직장인은 "처음에는 남는 돈으로만 해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손실이 나면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만회하고 싶어진다"며 "아끼는 습관이 어느 순간 더 큰 베팅을 버티는 명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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