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사람이 나간다, 이름값 다 떼버렸다" 꽃범호의 파격 실험, 확 젊어진 KIA가 '두 마리 토끼' 쫓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9 12:24
수정 : 2026.05.29 12:37기사원문
활력소 박재현 8홈런 폭발 & 차세대 안방마님 한준수의 3할 맹타
박민-김규성-정현창, 전 포지션 소화 가능한 '멀티 짠물 수비'로 경기 후반 완벽 지배
'포스트 최형우' 박상준의 맹타와 대주자 김민규의 가세
투수쪽에서는 신예 김태형, 성영탁, 황동하의 엄청난 질주
KIA, 6연승 파죽지세... 리빌딩과 성적 동시에 노린다
[파이낸셜뉴스] 호랑이 군단의 더그아웃 공기가 몰라보게 산뜻해졌다. 베테랑들의 무게감으로 대변되던 KIA 타이거즈에 젊은 피들이 쉴 새 없이 수혈되며 팀 전체의 체질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이 거침없는 신구 조화의 선봉에는 단연 박재현이 서 있다. 벤치 분위기를 띄우는 해맑은 세리머니와 그라운드를 부술 듯한 투지 넘치는 전력 질주. 여기에 빠른 발과 강견, 그리고 벌써 8개의 아치를 그려낸 파워까지 장착한 박재현은 꽉 막혀 있던 KIA 타선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명실상부한 최고 히트 상품이다.
내야의 지형도도 요동치고 있다. 고교 시절 태극마크를 달았던 군필 내야수 박민이 유격수 자리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벤치의 든든한 신뢰 속에 선발 출전 빈도를 높여가고 있는 그는 KIA 내야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코어로 성장 중이다.
특히 벤치가 가장 흐뭇하게 바라보는 대목은 경기 후반을 지배하는 '극강의 수비 라인업'이다. 3루수 박민-유격수 김규성-2루수 정현창으로 이어지는 방어벽은 상대의 숨통을 완벽하게 조인다. 이 세 선수의 가장 큰 무기는 내야 전 포지션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멀티 어빌리티'다. 1점 차 승부를 지켜내야 하는 벤치 입장에서 이들의 폭넓은 수비 활용도는 지키는 야구의 완벽한 마스터키다.
안방의 풍경도 달라졌다. 알칸타라의 포크볼을 걷어 올려 백투백 홈런을 쏘아 올렸던 펀치력의 소유자 한준수가 베테랑 김태군을 제치고 올 시즌 실질적인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타율 3할에 5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뇌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강민호나 양의지 같은 대포수들도 모두 그 나이 때부터 팀을 이끌었다. 힘들어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며 그를 향한 애정 어린 채찍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포스트 최형우'를 꿈꾸는 박상준도 빼놓을 수 없다. 최형우의 타격 폼을 흡사하게 재현하며 강정호마저 극찬했던 그는 부상 전까지 53타수 17안타(2홈런) 타율 0.321의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잠재력을 만천하에 입증했다.
부상 복귀 후 외국인 타자 아데를린과의 교통정리가 행복한 숙제로 남았을 만큼 타선의 든든한 상수다. 더불어 이범호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신인 쌕쌕이 김민규마저 1군에 합류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내고 있다. 5월 28일 경기에서는 한승연이 로젠버그를 맞아서 생애 첫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한승연은 2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투수쪽에서는 역시 김태형과 성영탁, 황동하의 약진이 돋보인다. 김태형은 지난 5월 26일 안우진을 상대로 6이닝 노히트노런이라는 완벽한 투구로 시즌 첫승을 만들어냈다. 현재 KIA의 5선발로 쑥쑥 커나가는 중이다. 3년차 성영탁은 이번 나고야 AG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든든한 KIA의 마무리다. 황동하는 5월 KIA의 MVP다. 5월 30.1이닝 1.48에 선발 4승을 거두고 있다. 엄청난 성적이다. 5월만 보면 네일이나 올러보다 낫다.
돌이켜보면 이 거대한 변화의 변곡점은 팀이 연패의 늪에서 허덕이던 지난 4월 5일이었다. 당시 연패중이던 KIA 이범호 감독은 뜬금없이 라인업에 박재현을 1번, 박상준을 2번에 전진 배치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팀의 기조를 바꾼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그때부터 이런 파격적인 기용은 이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결정이 되면 과감하게 결정한다. 하루만에 마무리가 바뀌고 갑자기 처음본 선수가 선발라인업에 들어간다.
점진적이되 물러섬 없는 세대교체, 그리고 끈적한 승리. 이범호 감독의 확고한 색깔이 호랑이 군단에 완벽하게 녹아들고 있다. 지금 KIA 타이거즈는 '리빌딩'과 '가을야구'라는, 절대 잡기 힘들다던 그 두 마리 토끼를 향해 가장 젊고 역동적인 보폭으로 내달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