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길… 지금 시작하는 노견·묘 건강관리
파이낸셜뉴스
2026.05.29 04:00
수정 : 2026.05.29 04:00기사원문
어느새 중년기 접어든 '팬데믹 펫'
반려동물 절반 이상이 여덟살 넘어
늙어가는 모습에 울컥하는 반려인들
단순한 동물 넘어 ‘우리가족 구성원’
감정적 슬픔보다 선제 관리가 우선
눈에 띄게 아프기 전에 지키는 건강
돌봄시간 확보하려 일상까지 조율
단순 장수보다 ‘건강수명’ 새 화두로
연령·질환 고려한 맞춤 솔루션 찾아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은 현실적 장벽
보험과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으로 들인 반려동물이 어느덧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수명' 관리가 펫케어 시장의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더 오래 건강하게 지내기 위한 선제적 관리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커지는 반려동물 고령화
28일 업계에 따르면 로얄캐닌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개국 보호자 약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노화에 대한 보호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1000여명의 보호자가 조사에 참여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시기 반려동물 입양이 급증한 이후 이른바 '팬데믹 펫' 세대가 본격적인 중년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당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가구가 크게 늘었고, 이들이 이제 노화 관리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반려동물 고령화 흐름도 뚜렷하다. 한국리서치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진행한 '2025 반려동물 양육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4%가 8세 이상의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38.3%는 10년령 이상의 반려동물과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한국 보호자들은 반려동물 노화에 대해 높은 정서적 민감도를 보였다. 한국 보호자 10명 중 8명은 반려동물이 늙어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상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66.1%)보다 15%p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강했다. 한국 보호자의 55.1%는 반려동물을 '자녀나 형제'처럼 여기고 있다고 답했다. 단순한 반려동물을 넘어 사실상 가족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도 적극적이었다. 반려동물 기념일 선물 평균 지출액은 5만7050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보호자는 배우자, 자녀, 친구보다 반려동물 선물에 더 많은 비용을 쓴다고 응답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국내 펫시장의 프리미엄화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 사료·용품 구매를 넘어 건강검진, 영양관리, 장례 서비스까지 반려동물 생애 전반을 관리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한 유대감은 노화에 대한 불안으로도 이어졌다. 반려동물의 노화에 대해 대화를 꺼리는 이유로는 '너무 슬퍼서'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다. 노화와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문제로는 암과 같은 질병(41.8%), 관절·기동성 문제(29.6%) 등이 꼽혔다. 생명과 직결되거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 보호자들은 노화를 관리 대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도 강했다. 노화 관련 대화를 회피하는 비율은 36.2%로 글로벌 평균(45.6%)보다 낮았다. 감정적으로 힘들더라도 문제를 직시하려는 책임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프기 전에 관리" 선제적 케어 의지
한국 보호자들의 선제적 관리 의지도 두드러졌다. 노화 관리를 미루는 이유로 '반려동물이 괜찮아 보여서'라고 답한 비율은 한국이 25.5%로 글로벌 평균(31.4%)보다 낮았다. 눈에 띄게 아프거나 노화 증상이 드러난 이후 대응하기보다, 건강할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셈이다.
반려동물 케어를 위해 생활 방식을 바꾸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한국 보호자의 39.1%는 반려동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31.6%)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휴가를 집에서 보내겠다는 응답은 한국 26.6%로 글로벌 평균(34.8%)보다 낮았다. 단순히 외출을 줄이는 방식보다 일상 속 돌봄 시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높은 관리 의지가 곧바로 충분한 관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 비대칭성과 경제적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장벽도 확인됐다. 한국 보호자들은 관절염(75%), 심장 질환(58%) 등 대표적인 노령 질환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인지도를 보였지만, 당뇨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비율은 30.1%로 글로벌 평균(25.0%)보다 높았다.
노령 반려동물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 전반에 대한 정보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질환별 초기 증상과 예방 관리법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비 부담 역시 주요 고민거리로 꼽혔다. 노령 반려동물은 정기 검진과 질환 관리, 맞춤 영양, 약물 치료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보험과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필요성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수명 늘리자" 펫푸드 시장 변화
업계는 이번 조사 결과가 향후 펫푸드·펫헬스케어 시장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성장기나 성견·성묘 중심 제품이 시장의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관절·심장·체중·소화·신장 등 연령별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영양 솔루션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로얄캐닌은 지난달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2026 벳 심포지엄'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반려동물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조기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을 넘어 질병이나 기능 저하 없이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기간인 '건강수명(Healthspan)'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냐 스쿠만 로얄캐닌 수의학 전문의는 "반려동물의 노화는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더 건강하고 활기찬 미래를 위해 보호자가 주도적인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고령화가 향후 펫산업 성장 방향을 바꿀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료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건강기능성 제품, 맞춤 영양, 질환 관리, 재활, 노령 돌봄 서비스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되면서 노화 관리도 사람의 건강관리와 비슷한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연령대와 질환 위험도, 생활 습관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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