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이 쏘아올린 '초과이익 성과급' 갈등…'사회연대임금' 논의로 확산
뉴스1
2026.05.29 06:02
수정 : 2026.05.29 08:43기사원문
2026.5.27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극적 타결로 마무리됐지만, '초과이익 성과급' 논쟁은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이 만들어낸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의 천문학적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누가 얼마만큼 성과를 나눠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이 노동시장 전체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사회연대임금은 대기업의 초과이익 배분과 원·하청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 임금 인상 여력을 일부 억제하고 중소·하청기업 처우 개선에 활용하는 한국형 임금 재분배를 말한다. 소위 '삼전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갈등이 한국 임금체계 전반을 흔드는 새로운 분기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과이익 성과급 요구, 원·하청 노조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
삼성전자 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이후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성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초과이익 공유' 요구가 제조업과 플랫폼업계, 건설 현장까지 빠르게 번지는 양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사는 지난 27일 열린 2차 조정 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며 내달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올해 임금협상에서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10조 원 넘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3조 원대 규모다. 사측은 주주 반발과 시장 충격 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들끓고 있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노조는 전날(28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며 임금총액 15% 인상과 법정 근로시간 준수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삼성전자 파업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선 점을 언급하며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 문제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현장 노동자의 생존 문제는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총파업 참여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등에도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가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이런 요구가 원·하청 구조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실제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최근 원청 정규직과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으로 하청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권이 강화되면서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다른 제조업 협력업체들까지 유사한 요구에 나설 경우 산업 전반의 임금체계와 성과 배분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논쟁까지 번진 '성과급 격차'…정부, 한국형 임금모델 공론화 시동
'성과급 논쟁'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계는 삼성전자 고액 성과급 사례를 '노동시장 양극화의 상징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삼성 성과급 논란은 단순 보상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내 극단적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 민주노총은 아예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6.6% 오른 1만 3070원으로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기업 성과급 논란이 전체 임금 인상 압박으로 번질 경우 고용 축소와 폐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이런 갈등이 단순 임금협상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분배 체계 논의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대기업 초과임금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지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정책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6월 1일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정책 가능성 모색 토론회' 개최 소식을 알렸다. 토론회에서는 대기업 초과이익 환원 문제와 노동시장 임금 격차, 원·하청 양극화 해소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다만 김 장관 발언 직후 노동부는 당일 오후 재공지를 통해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개최 일정을 다시 조율중"이라며 행사 연기 소식을 전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삼성전자 사태를 계기로 AI·반도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과 배분 체계 구축 논의에 본격 착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직접 개입' 형태에 대해선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 장관은 전날 자신의 SNS에 "정부는 기업의 정당한 이익에 강제적으로 관여할 권한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면서 "(그런 억측은)정부의 문제의식과 사회적 대화의 본질을 오역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정부의 문제 인식은 명확하다. 반도체 호황기 들어 삼성전자 DS부문 일부 직원들의 보상 규모는 자사주와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포함해 연봉 1억 원 기준 최대 6억 원 수준까지 거론되는 반면, DX부문은 성과급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같은 기업 내부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상이 특정산업과 사업부에 부가가치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AI 시대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초과이익 성과급 논쟁이 이제는 최저임금, 원·하청 구조, 산업별 임금체계 개편 논의로까지 번지면서 한국 노동시장이 새로운 임금 질서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전날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 워낙 양극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과급 지급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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