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기어 넣고 '쾅쾅쾅'···3년짜리 '피해자 행세'의 끝

파이낸셜뉴스       2026.05.30 05:00   수정 : 2026.05.30 05:00기사원문
40대 A씨 차량으로 난간, 벽 등 고의로 충격
상해 주장, 보험금 청구 17차례..3900만원 수령
보험금 지급거절 이후에도 청구 지속..덜미 잡혀

[파이낸셜뉴스] 오후 6시를 20분 정도 앞둔 시각이었다. 40대 A씨는 본인 소유 차량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주위는 한산했고, 5분 동안 정차해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곧이어 변속 레버로 옮겨졌다. 이상하게도 D(드라이브)가 아닌 R(리어·후진)에 놓여 있었다.

고의로 들이받고 "다쳤다"


잠시 뒤 A씨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꾹 눌렀다 떼는 식이었다. A씨 차량은 그대로 튕겨져나가 듯 난간을 들이받은 뒤 가로등 밑단까지 파손했다. 차량 뒷범퍼 역시 찌그러졌다.

A씨는 자신이 계획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 덕인지 딱히 다친 곳은 없었다. 놀란 기색도 없었다. 그렇게 A씨는 태연히 차에서 내려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실제 상황과는 정확히 반대로 진술했다. 과실이었고, 팔과 목에 상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후 병원에 입원해 진단서까지 받아온 터라 보험사에선 의심해볼 여지가 크지 않았다. 결국 A씨에게 100만원가량이 지급됐다.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런 수법이 먹힌다는 사실을 깨달은 A씨는 이후 3년 간 총 17차례에 걸쳐 유사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타냈다. 그렇게 받아 낸 금액이 약 3900만원이었다.

유죄, 그러나 경제 형편 감안


범행 과정이 전부 매끄러웠던 건 아니었다. 일부는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몇 차례는 미수에 그쳤다. 차량을 주차하던 도중 벽과 충격해 무릎을 다쳤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사고 경위와 피해 내용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례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덜미를 잡히는 계기가 됐다. 되레 조사의 단초가 된 셈이다. 지급거절이 됐음에도 지속적으로 청구를 하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담당자가 확인한 결과 앞선 건들 모두 A씨가 꾸며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사고의 상당수가 우연이 아닌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기소된 A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횟수가 많고 피해금액이 적지 않으며 피해자가 그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A씨 건강이 좋지 않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점 △A씨가 벌금형을 초과하는 무거운 형사처벌이나 동종 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가족관계 등에 비춰 사회적 유대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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