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출 KAI 사장, 책임경영으로 K-방산 키운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9 15:01
수정 : 2026.05.29 15:01기사원문
차재병·송호철·김용민·김지홍에 무게
5부문→3부문 대수술…'뼈를 깎는 혁신'으로 창사 최대 실적 위 재도약 시동
[파이낸셜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김종출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책임경영' 체제로의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6월 1일부로 시행한다. 핵심 사업의 관리 역량을 높이고 성과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조직의 '슬림화'다. 기존 5부문 1원 4본부 3센터 5태스크포스(TF)로 나뉘어 있던 체제를 3부문 1원 13본부로 통합 개편했다. 그간 기능이 분산되거나 중첩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만큼, 사업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해 중복을 걷어낸 것이다. 특히 대표이사 사장에게 집중됐던 의사결정 권한을 부문장급으로 대폭 분산·위임해 현장 중심의 신속한 경영 판단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종출 사장은 공군사관학교 31기 출신으로 공군에서 23년여간 복무한 뒤, 2006년 방위사업청에 4급 특채로 합류했다. 이후 방산수출지원, 전략기획단 부단장, 기획조정관, 지휘정찰사업부장, 무인기사업부장, 국방기술보호국장 등을 거치며 약 37년간 방산 정책·획득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대표적인 '방산 전문가'로 평가된다. 특히 지휘정찰사업부장 시절에는 정찰위성 사업을 주도한 바 있어, 우주·무인기 등 미래 사업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인공지능(AI) 파일럿과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 무인기 중심의 미래 먹거리 확보와 위기 의식을 강조하며 '뼈를 깎는 혁신'과 'One Team KAI'를 경영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8개월간의 CEO 공백을 딛고 출범한 김종출호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그 비전을 구체적인 실행 체계로 전환한 셈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캐시카우(Cash Cow) 사업 육성과 미래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역량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사업관리와 수출 간 연계성 제고, 미래 전투체계 개발, 우주·위성 개발, 무인기 분야 사업관리, 소프트웨어(SW) 중심 체계개발, 민수사업 등 6개 분야의 세부 조직을 중점 보강했다.
조직개편에 따른 부문별 책임자 배치도 눈에 띈다. 개발 부문은 차재병 부사장, 생산·구매 부문은 송호철 부사장, 수출·사업관리 부문은 김용민 전무, 미래융합기술원장은 김지홍 부사장이 각각 맡는다. 이 가운데 김지홍 부사장과 송호철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김용민 전무와 고정익개발본부장 문창오 전무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신규 임원으로는 경영지원본부장 겸 ICT융합실장 정성진 상무, 고정익사업1실장 백중현 상무, 민수사업본부장 김진혁 상무, 항공기계통실장 송정헌 상무, 임무SW실장 김종문 상무, 미래전투체계사업실장 곽상혁 상무, 품질경영실장 최인수 상무 등 7명이 선임됐다.
김종출호의 조직개편은 KAI가 맞이한 사상 최대 실적의 흐름 위에서 단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AI는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 927억 원, 영업이익 671억 원, 당기순이익 413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3%, 영업이익은 43.4%, 당기순이익은 41.7% 급증한 수치다. 2025년 연간으로도 매출 3조6964억원, 영업이익 2692억원을 올렸다. 올해 연간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5조7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KF-21 '보라매'의 양산 본격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는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이 열렸다. 블록Ⅰ 양산 계약 가격은 대당 약 1200억원 수준이다. 대당 2000억 원 내외인 해외 경쟁 기종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양산 1호기는 올해 하반기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수출 잠재 물량은 200대 이상, 최대 1000대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KAI의 전망이다.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와의 첫 수출 계약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2015년 체계개발 착수 이후 11년 만에 첫 해외 수출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래 사업 확장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KAI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 2026)에서 사우디 투자부(MISA)와 우주사업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FA-50과 LAH 등 주력 기종은 물론 초소형 SAR위성, 무인기 등을 전시하며 유·무인 복합체계와 항공·우주를 아우르는 기술 경쟁력을 중동 시장에 선보였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모듈을 탑재한 큐브위성을 실제 우주 공간에 쏘아 올려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이번 조직개편에서 우주·위성 개발 조직을 강화한 배경이 읽힌다.
K-방산 전체의 성장세도 KAI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25년 K-방산 수출 수주액은 154억4000만달러(약 22조2708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2.5% 증가했다. 방산 빅4 수주잔고에서 KAI는 약 27조3437억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37조원), 현대로템(29조7735억원)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KF-21의 양산과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김종출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예고해 온 '체질 개선'의 첫 단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군 출신 낙하산 논란을 극복하고,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호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KF-21 수출 확대, 무인기·우주 등 차세대 먹거리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가 김종출호 앞에 놓여 있다. 책임경영을 앞세운 조직 혁신이 K-방산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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