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軍기밀 이력서' 검토한 검사 징계 취소…법원 "위법수집증거"

파이낸셜뉴스       2026.05.29 15:34   수정 : 2026.05.29 15:45기사원문
군법무관 지인 이직용 문건 검토했다가 징계
"별건수사로 확보한 위법 증거, 징계 근거 안 돼"
해당 검사는 지인이 가려던 대형 로펌 취업



[파이낸셜뉴스]대형 로펌 취업을 위해 군사기밀이 포함된 이력서를 작성한 군법무관 지인의 문건을 검토해줬다가 견책 처분을 받은 전직 검사에 대해 법원이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군법무관 사건에서 핵심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인정돼 무죄가 확정된 만큼, 이를 토대로 이뤄진 징계 역시 유지될 수 없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1부(홍지영·김동완·김형배 고법판사)는 지난 7일 전직 검사 A씨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였던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검찰에서 퇴직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의 근거가 된 증거들은 압수·수색에 관한 헌법상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현저히 반사회적인 수단과 방법에 따라 수집된 증거 또는 그에 기초해 획득한 2차적 증거"라며 "이 사건 징계사유에 대한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7월 법무부 재직 당시 오랜 지인인 군법무관 B씨가 대형 로펌 이직을 위해 작성한 이력서를 검토해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징계를 받았다.

해당 문건에는 군사기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언론 보도 이후 A씨는 일선지검으로 전보됐다.

이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2021년 9월 A씨가 검사로서 체면과 위신을 손상했다며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는 패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씨가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문건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고, 이를 검토한 뒤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의 "각 항목별로 문장을 간결하게 조정 중이야", "가독력을 높이는 작업을 완료했어" 등의 내용을 고려하면 A씨가 최소한 이력서 형식에 조언을 해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쟁점은 A씨 징계의 출발점이 된 B씨 형사사건이었다. B씨는 군사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휴대전화 전자정보가 별건수사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결국 B씨는 파기환송심 등을 거쳐 무죄가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 사건의 핵심 전자정보가 위법수집증거인 이상, 이를 토대로 확보된 A씨 관련 진술과 자료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당시 언론 보도와 감찰 과정에서 작성된 진술서 등을 징계 근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 역시 B씨 형사사건의 공소장과 1심 판결 내용에 기초한 것"이라며 "(위법하게 수집된) 이 사건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B씨의 군사기밀누설 혐의를 내용으로 하는 위 언론기사 역시 작성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A씨에 대한 감찰절차에서 작성된 진술서 및 진술조서의 질의내용은 증거능력 없는 증거에 기초한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사실 등을 토대로 구성된 것"이라며 "징계사유의 증거로 삼는 것 역시도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한 "각 증거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대부분 A씨가 B씨에게 받은 문건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해당 문건에 군사기밀 내지 공무상 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었다는 취지"라며 "그 내용만으로 징계사유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현재 A씨는 검찰을 퇴직한 뒤, B씨가 취업을 위해 이력서 검토를 요청했던 대형 로펌에서 근무 중이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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