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전 스카프 샘플 40장 넘어갔지만…법정서 뒤집힌 '영업비밀'
파이낸셜뉴스
2026.05.31 12:55
수정 : 2026.05.29 17:07기사원문
檢 "출시 전 정보 누설"…제조업체 법인 기소
法 "비밀 관리된 기술·정보 입증 부족" 무죄
[파이낸셜뉴스] "2022년 F/W로 출시할 상품입니다."
출시 전 스카프 샘플이 외부 업체 직원들에게 넘어갔다. 샘플에는 특정 브랜드 상표가 붙어 있었고, 정식 판매 전 상품이라는 설명도 함께 전달됐다.
문제는 이듬해 5월 벌어졌다. A사 직원은 2022년 5월 6일 인천 강화군 회사 창고에서 통신판매업체 직원들에게 의류를 판매하면서 보관 중이던 스카프 샘플도 함께 제공했다.
검찰은 A사 직원이 5종류의 스카프 샘플 약 40장을 건네며 "2022년 F/W로 출시할 상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봤다. 출시 전 샘플과 출시 예정 정보가 외부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A사 직원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누설했다고 판단했다. A사도 직원의 업무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샘플이 외부에 제공된 정황과 별개로 해당 샘플이나 출시 예정 정보가 법률상 보호되는 '영업비밀'이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됐는지가 쟁점이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8형사단독(이세창 부장판사)은 지난달 15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A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뢰업체가 A사에 특정 상표가 부착된 스카프 샘플 제작을 의뢰했고, A사가 이를 보관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샘플이 존재했고 외부에 제공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영업비밀 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법원은 해당 샘플이나 출시 예정 정보가 실제로 비밀로 관리된 정보인지가 입증돼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출시 전 상품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관리됐다는 점까지 증명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스카프 샘플 또는 해당 스카프가 2022년 F/W 출시 상품이라는 정보가 영업비밀이라거나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로 보고 A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