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생활재난 된 제주… '중대경보'까지 신설

파이낸셜뉴스       2026.05.29 18:15   수정 : 2026.05.29 18:15기사원문
평년 웃도는 기온 전망에 대응 강화
열대야주의보 도입해 야간 피해 관리
건설노동자 기후보험 첫 추진
레드향 열과 피해도 재해보험 적용
취약계층·관광객 보호체계 확대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여름이 도민 생명과 산업 현장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으로 바뀌고 있다. 기온 상승과 열대야 장기화, 야외활동 중심 산업 구조가 맞물리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폭염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2026년 여름철 폭염 대비 종합대책'에 따른 폭염 대응 전담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올해 대책의 핵심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선제 관리다. 폭염특보 체계를 세분화하고 취약계층 보호망을 넓히는 한편 건설현장, 농업, 관광 분야까지 폭염 피해 대응 범위를 확대했다.

■ 열대야 전국 최다 제주… 폭염은 '생활 재난'



제주가 폭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제주지역 최근 10년간 여름철 평균기온은 1.0도 올랐다. 지난해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열대야 일수도 제주 63일로 전국 평균 16.4일을 크게 웃돌았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길어지면서 고령자와 건강취약계층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제 기후 흐름도 심상치 않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중반부터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오르며 엘니뇨가 발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전 지구 기온과 강수 패턴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기후 현상이다. 제주 폭염을 엘니뇨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미 높아진 해수면 온도와 기후변화 흐름 속에서 올여름 폭염 위험을 키우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6월 1일부터 기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에 더해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한다. 기존 2단계 체계를 3단계로 바꾸는 방식이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폭염중대경보는 더 강한 대응 단계다.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2일 이상 관측된 지역에서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1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적용된다.

열대야주의보도 새로 도입한다. 일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고 밤 최저기온이 27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발효된다. 기존 폭염 대응이 낮 시간대 야외활동에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밤 시간대 건강 피해까지 관리 대상에 넣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면 야외공연 일정 조정 권고, 청소년 야외프로그램 운영 중지, 농·수·축산업과 건설현장 야외작업 자제 권고 등 분야별 긴급 대응이 즉시 가동된다.

■ 건설노동자·레드향 농가까지 보호망 확대



노동 현장 대책도 강화된다. 제주도는 공공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기후보험을 새로 도입한다. 오후 1시 이전에 폭염경보가 발령돼 작업이 중지될 경우 휴업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대상은 도내 1억원 이상 공공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다. 폭염이 안전 문제를 넘어 노동자 소득 손실로 이어지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농업 분야에서는 레드향 열과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는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열과는 고온 등으로 과실 표면이 갈라지는 피해다. 기후변화가 감귤류 품질과 농가 소득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보상체계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취약계층 보호도 생활밀착형으로 바뀐다. 제주도는 재난도우미 8589명을 활용해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건강취약계층 안부 확인과 건강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홀로 사는 노인 8799명에 대해서는 생활지원사를 통한 상시 안전확인 체계를 운영하고 인공지능 돌봄스피커를 활용한 폭염정보 제공도 병행한다.

열대야주의보가 발효되면 적십자사 봉사원, 생활지원사, 방문건강관리 인력이 야간 안부 확인과 건강관리 지원에 나선다. 폭염 피해가 낮보다 밤에 누적되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겨냥한 대책이다.

무더위쉼터와 폭염저감시설도 확대된다. 제주도는 공공시설과 생활밀착형 민간시설을 중심으로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폭염특보 때 연장 운영을 추진한다. 그늘막, 안개분무시설, 에어커튼, 도시바람길숲,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 등 폭염저감시설 확충에는 총 96억원 규모의 사업을 투입한다.

관광객 안전도 주요 과제다. 제주는 여름철 해수욕장, 오름, 올레길, 야외 축제 등 야외활동 비중이 높다. 폭염이 도민 건강뿐 아니라 관광 안전과 지역경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제주도가 도민과 관광객을 함께 보호 대상으로 놓고 대응체계를 넓히는 이유다.

민관 협업도 강화된다.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는 재난회복지원차량을 활용한 이동형 무더위쉼터 운영과 취약계층 심리상담·현장 지원에 참여한다. 동아오츠카는 이온음료 지원과 폭염 예방 캠페인을 이어가고, 지역자율방재단과 청년자율방재단은 무더위쉼터 점검과 취약지역 예찰, 예방 홍보를 맡는다.

양제윤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폭염은 도민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대표적 기후재난"이라며 "폭염중대경보 신설과 취약계층 보호, 폭염저감 인프라 확충으로 도민과 관광객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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