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개장 놓치겠는데"…아침 9시 회의가 불안한 직장인들, "월급보다 더 버니까"
파이낸셜뉴스
2026.05.31 08:00
수정 : 2026.05.31 08:00기사원문
[장중 변동성에, 오늘도 주식창 못 끕니다]
눈치 보다 들키면 '업무 소홀' 찍힐까 걱정
근무시간 반복적 거래는 사실상 '규정 위반'
[파이낸셜뉴스] "회의 중인데도 휴대전화 알림이 울리면 손이 먼저 가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의실에 들어갈 때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는다. 그래도 주가 알림이 울리면 화면이 켜졌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한 번만 보고 넣어야지 하는데, 빨간불인지 파란불인지 보고 나면 또 다른 종목을 보게 된다"며 "업무시간에 주식 앱을 보는 게 습관처럼 됐다"고 토로했다.
오전 9시, 회사 업무와 함께 열리는 주식 앱
A씨는 출근 직후 사내 메신저를 켜기 전 증권사 앱부터 본다. 전날 미국 증시가 크게 움직였거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에 이슈가 있으면 장 시작 전부터 마음이 급해진다고 했다.
그는 "아침 회의가 9시에 잡히면 괜히 불안하다"며 "장 시작 10분 동안 움직임을 못 보면 뭔가 놓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이 나면 더 오를까 봐 못 끊고, 손실이 나면 회복할까 봐 못 끊는다"고 했다.
다른 40대 직장인 B씨도 비슷했다. 그는 "업무용 모니터 한쪽에 HTS를 켜놓지는 못하니까 휴대전화로 본다"며 "팀장이 뒤로 지나가면 괜히 카톡 보는 척한다"고 말했다. B씨는 "손실이 큰 날은 업무 메일을 읽어도 내용이 잘 안 들어온다"고 했다.
국내 주식 투자자는 이미 일상적인 규모가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올해 3월 발표한 '2025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중복 소유자를 제외한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는 1455만8479명이었다.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주식 계좌와 연결돼 있는 셈이다.
주식투자자가 많아진 만큼 회사 안에서도 투자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점심시간에는 "오늘 삼성전자 봤냐", "하이닉스 또 가냐"는 말이 오간다.문제는 그 대화가 점심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이 열려 있는 시간 내내 계좌가 움직이다 보니 업무시간에도 신경이 따라붙는다.
알림 하나에 흔들리는 업무 집중도
근무 중 주식 앱 확인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손실이 난 날에는 불안이 길어지고, 수익이 난 날에는 매도 타이밍을 놓칠까 봐 화면을 더 자주 보게 된다. 종목 토론방이나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면 확인해야 할 정보도 늘어난다.
30대 직장인 C씨는 "처음에는 점심시간에만 봤는데, 요즘은 오전 10시, 오후 2시에 꼭 확인한다"며 "그 시간에 주가가 흔들리면 업무 흐름도 같이 끊긴다"고 말했다. 그는 "급한 일이 없는데도 화장실에 가서 호가창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주식 앱을 자주 보는 배경에는 장중 변동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가 하루에도 큰 폭으로 움직이면 투자자들은 장 마감 뒤 결과만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신용거래나 단기 매매를 하는 직장인은 손실이 커질까 봐 업무 중에도 가격을 확인하게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9조원대를 기록했다.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금이 늘어난 상황에서는 주가 하락이 단순한 평가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담보비율 하락이나 반대매매 우려까지 겹치면 장중 가격 확인이 더 잦아질 수 있다.
퇴근 뒤에도 미국장과 가상자산 시세를 보는 직장인에게는 투자 시간이 더 길어진다.낮에는 국내장, 밤에는 해외장을 확인하는 식이다. A씨는 "밤에 미국장 보고, 낮에 국내장 보면 쉬는 시간이 없다"며 "주식을 하는 건지 주식이 나를 붙잡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익 자랑보다 오래 남는 손실 불안
회사에서 주식 이야기는 대개 수익을 낸 사람의 말로 시작된다. "어제 샀는데 10% 먹었다", "그 종목 아직 안 샀냐"는 말이 오가면 손실 중인 사람은 더 조급해진다. 직장인 투자자들이 업무시간에도 앱을 켜는 이유는 수익 기대뿐 아니라 뒤처지는 느낌 때문이다.
직장인 B씨는 "사무실에서 누가 돈 벌었다는 얘기를 하면 괜히 내 계좌를 보게 된다"며 "일하다가도 내가 너무 늦게 판 건 아닌지, 너무 일찍 판 건 아닌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결국 확인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데, 안 보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손실이 커질수록 사내 눈치도 생긴다. 주식 앱을 보는 장면을 상사나 동료에게 들키면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20대 직장인은 "잠깐 본 건데도 누가 보면 하루 종일 주식만 보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신경 쓰인다"고 했다.
업무시간 주식 확인은 회사 입장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개인 투자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근무시간에 반복적으로 거래하거나 업무용 PC로 투자 사이트에 접속하면 내부 규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나 보안 규정이 강한 회사는 임직원 매매와 정보 이용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알림 줄여도 남는 호가창 확인 습관
직장인들은 나름의 방법을 찾고 있다. 일부는 가격 알림을 하루 2~3개로 줄이거나, 점심시간과 장 마감 직전에만 앱을 보기로 정한다. 예약 주문을 걸어두고 장중 확인을 줄이는 방식도 쓴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날에는 정한 규칙이 쉽게 무너진다.
C씨는 최근 증권사 앱 알림을 대부분 껐다. 그는 "알림을 껐더니 처음 며칠은 더 불안했다"며 "그래도 계속 울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이어 "업무시간에 계속 보면 돈을 더 버는 게 아니라 일도 주식도 둘 다 망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는 월급만으로 자산을 만들기 어렵다고 느끼는 직장인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다. 그러나 장중 시세 확인이 근무시간을 잠식하면 투자 피로는 계좌 밖으로 나온다. 손실은 불안으로, 수익은 더 큰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그 사이 업무 집중도는 흔들린다.
A씨는 최근 회의가 있는 날에는 휴대전화를 책상 서랍에 넣어둔다. 그는 "처음엔 불안했는데 회의 끝나고 봐도 이미 지나간 가격은 어쩔 수 없더라"며 "월급 받는 시간에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걸 요즘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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