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화상회의로 날아든 사퇴 통보"… 정몽규 폭탄 맞은 홍명보의 첫마디 "당황스럽지만…"
파이낸셜뉴스
2026.05.30 23:00
수정 : 2026.05.30 23: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결전을 코앞에 두고 날아든 수장의 전격 사퇴 소식. 밖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현장의 코칭스태프도 답답한 속을 달래려 시원한 배즙이라도 한 캔 들이켜며 열을 식혀야 할 만큼 당혹스러운 돌발 변수였다.
비판적인 잣대를 거두고 온전히 선수들의 땀방울과 긍정적인 서사에만 집중하며 응원을 보내야 할 시기에 터진 초유의 사태. 그러나 거대한 풍랑 앞에서도 홍명보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결속의 기회로 바꾸며 진정한 '원팀'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정 회장의 사퇴 성명서가 언론에 배포된 것은 현지 시간으로 28일 오후 10시 30분. 이에 앞서 홍 감독은 오후 8시 30분경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해 정 회장으로부터 직접 거취를 통보받았다. 이어 오후 9시에는 선수단 대표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사퇴 결단과 향후 포상 계획 등이 공유됐다. 월드컵 1차전을 불과 십여 일 앞두고 벌어진, 한국 축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밤중의 사퇴 브리핑이었다.
사령탑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홍 감독은 "어제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해 들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며 굳은 표정으로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사령탑의 당혹감은 찰나였고, 선수들의 멘탈은 놀라울 만큼 단단했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그라운드 밖의 행정적 소음에 귀를 닫고 오직 축구 본질에만 집중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홍 감독은 "선수단은 소식을 접한 뒤 따로 그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각자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뜻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훈련장에 나타난 태극전사들의 표정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홍 감독 역시 "크게 동요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묵묵하고 차분하게 훈련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흔들림 없이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홍 감독의 일성은 벤치의 단단한 결기를 대변한다.
무려 13년간 축구계를 이끌던 수장이 7월 월드컵 종료 직후 물러난다. 행정의 컨트롤타워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멕시코 고지대를 정조준하는 26인 태극전사들의 심장 박동은 그 어느 때보다 일정한 템포로 뛰고 있다.
단단하게 뭉친 홍명보호는 한국시간으로 31일 오전 10시, 모든 잡음을 뒤로하고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흔들림 없는 모의고사에 돌입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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