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병상수 기준 감염관리료에 지역병원 '울상'

파이낸셜뉴스       2026.05.31 08:45   수정 : 2026.05.31 08:45기사원문
(사)대한종합병원협회,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 건의서 공식 접수
'간호등급제'처럼 인력 기준 분모 '평균 입원환자 수'로 전환 촉구
현 제도 수도권 대형병원 '수익 독식', 지방은 구인난에 운영 적자



[파이낸셜뉴스] 지방의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축인 지역 중소병원들이 정부의 경직된 '감염예방·관리료' 산정 기준과 최근 도입된 '병상 총량제'라는 이중 규제에 가로막혀 고사 직전에 몰렸다.

실제 입원환자는 적은데도 행정상 '허가병상 수'를 기준으로 감염관리 인력을 무조건 고용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최근 이 같은 지역 중소병원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아 보건복지부(보험급여과·의료기관정책과)에 '지역 의료 붕괴 방지를 위한 감염예방·관리료 산정 기준 개선 및 지역 중소병원 규제 완화 건의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 "투입은 고정 비용, 보상은 변동 수입"..구조적 적자 늪에 빠진 지방 병원들

현재 정부가 지급하는 '감염예방·관리료'는 등급을 매기는 인력 기준으로 병원의 전체 공간(허가병상 수)을 기준으로 삼는 반면 실제 수가 보상은 행위(입원환자 수)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 가동률이 상시 90%를 넘나드는 수도권 대형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투자한 인건비 이상의 수가를 안정적으로 회수하며 수익을 독식하는 반면, 가동률이 60∼70% 선에 머무는 지방 중소병원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가동률이 낮아 입원환자가 150명뿐인 지방의 300병상 규모 중소병원의 경우 환자 수와 관계없이 300병상 기준에 맞춰 의사와 간호사 등 감염관리 전담 인력을 100% 고용해야 한다. 인건비는 300병상 기준으로 고스란히 지출되는데, 국가로부터 받는 수가를 보면 누워 있는 환자 150명분(입원환자 1일당 1회)만 지급받다 보니 인력을 확보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 통계가 증명하는 수도권 쏠림과 지방 중소병원의 '구인난' 현주소

실제 국내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 활동 통계(2026년 현재 추산)를 살펴보면 이러한 규제의 모순과 지역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는 총 2800여 명 규모다.

하지만 이 중 서울(700명)과 경기(550명) 등 수도권에만 전체의 44%가 넘는 인력이 집중돼 있다. 이른바 '빅5' 병원을 포함한 대형 상급종합병원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기관당 5∼10명 이상의 전담 인력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 중소병원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등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 상급종합 및 종합병원은 분기별 평균 병상 수 대비 150대 1에서 200대1 이하로 전담 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극심한 구인난을 겪는 100∼200병상 사이의 지방 중소병원들은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를 구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무리해서 인력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남은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거나, 아예 전담 인력 확보를 포기하고 감염관리료 청구 자체를 단념해 최하 등급의 재정적 불이익을 고스란히 감수하는 병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인력 공백과 경영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지방 병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지방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극심한 구인난 속에서 높은 연봉을 제안해 겨우 감염관리 인력을 확보해도, 배정받는 수가 총액이 턱없이 부족해 인력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병상 총량제' 덫에 걸려 출구마저 막혔다

과거에는 이러한 등급 페널티와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병원들이 임의로 유휴 병상(비어 있는 병상)을 자진 축소하는 미봉책이라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의료 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병상 수 총량 관리제도'를 본격 시행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향후 지역 내에서 병상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 불확실해진 상황이라 중소병원들은 감염관리료 손해를 알면서도 함부로 허가병상을 줄 수 없는 '진퇴양난'의 사슬에 묶이게 된 것이다. 정부의 규제가 또 다른 정부 규제와 충돌하며 지방 병원들의 목을 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성공 선례 있는 '간호등급제'처럼 패러다임 전환해야

이에 따라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이번에 건의서를 통해 정책 패러다임을 '공간' 중심에서 '실제 환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4월 대형병원으로의 인력 쏠림을 막고 의료 취약지의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 산정 기준을 '허가병상 수'에서 '평균 입원환자 수'로 전환한 바 있다. 특히 이 같은 예외 조치를 '지방 중소병원'에 집중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지역 병원들의 경영난을 완화한 성공적인 선례가 있다.

대한종합병원협회가 이번에 정부에 제시한 핵심 건의안은 두 가지다.

첫째, 감염예방·관리료 인력 산정 기준의 분모를 기존 '전분기 평균 병상 수'에서 '전분기 평균 입원환자 수'로 명확하게 바꾸어 달라는 요구다. 병상의 통계적 착시를 제거하고 실제 내원 환자 규모에 맞는 적정 인력 배치를 유도해 지방 병원의 고정비 부담을 즉각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두 번째로, 감염관리료를 포함하여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각종 수가 가산 제도 및 의료기관 지원사업의 자격 요건에서, 지방 의료기관에 한해 행정적 수치인 '허가병상 수' 기준을 전면 제외하고 실제 환자를 수용해 가동 중인 '평균 운영병상 수'를 기준으로 지침을 개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병상 총량제 하에서 허가병상 반납이 불가능한 지방 병원들이 유휴 병상 탓에 불이익을 받는 행정적 모순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종합병원협회 정근 대표회장은 "공간 중심의 경직된 규제를 현실 중심의 유연한 기준으로 바꾸는 것은 추가적인 대규모 국가 재정 투입 없이도 지역 중소병원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정 보완 조치"라며 "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의 전향적인 규제 개선 조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