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대체 왜 남으라 했나"… 'UCL 결승 0분' 이강인, 저 화려한 우승컵이 너무 슬프고 잔인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5.31 14:03   수정 : 2026.05.31 14:38기사원문
PSG, 아스널과 승부차기 혈투 끝 챔스 2연패 대업… 이강인은 2년 연속 벤치 대기
연장 교체 카드 남기고도 '철저한 외면'… 앞뒤 다른 엔리케 감독의 잔인한 희망 고문
UCL 27경기 연속 선발 제외의 씁쓸한 현실, 이제는 탈출할 시간… 내일 대표팀 전격 합류



[파이낸셜뉴스] 우승의 환희로 가득 찬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밤. 파리 생제르맹(PSG) 동료들이 '빅 이어'를 들어 올리며 미친 듯이 포효할 때, 벤치 언저리를 맴도는 이강인의 미소에는 어딘가 짙은 그늘이 배어 있었다.

2년 연속 유럽 축구의 최정상에 섰다는 영광스러운 타이틀. 하지만 정작 가장 치열해야 할 전쟁터에서 그의 유니폼에는 땀방울 하나 묻지 않았다. 축구 선수의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전성기, 이강인은 그저 화려한 무대의 '쓸쓸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31일(한국시간) 헝가리 푸슈카시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잉글랜드의 아스널과 120분 피 말리는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반 6분 만에 상대의 기습적인 선제골로 끌려가던 PSG는 후반 20분 천금 같은 페널티킥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잔혹한 룰렛 게임 끝에 유럽 축구의 절대 반지를 사수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이강인의 출전은 끝내 불발됐다.

엔리케 감독의 결승전 전술 노트에 '이강인'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철저하게 지워져 있었다. 정규 시간 90분은 물론, 연장전 돌입으로 추가 교체 카드 한 장의 여유가 생겼음에도 벤치의 부름은 없었다.

심지어 득점이 간절했던 승부처의 순간에서도 엔리케 감독은 창의적인 이강인의 패스 대신 수비 자원들을 차례로 투입하며 철저히 걸어 잠그는 쪽을 택했다. 이는 이강인이 현 PSG 체제에서 뼈대 전술에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방증한다.



더욱 뼈아픈 것은 벤치의 '두 얼굴'이다.

지난겨울 수많은 빅클럽의 이적 제의를 뿌리치고 팀에 남았던 이유는 "목표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는 감독의 달콤한 만류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이강인은 무려 UCL 27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맛봤다.

챔피언스리그라는 별들의 무대에서 선발로 나선 기억은 작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아득해졌다.

자국 리그나 비중이 떨어지는 컵대회에서는 요긴한 '로테이션 자원'으로 혹사하면서도, 정작 팀의 명운이 걸린 챔피언스리그 단판 승부에서는 단 1분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지독한 '희망 고문'이자 재능 낭비에 가깝다.

프로의 세계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커리어는 분명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훈장이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직접 땀 흘리며 쟁취하지 못한 메달의 무게가 본인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으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한창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부딪혀야 할 황금기에 차가운 벤치 스토브나 쬐고 있기에는 이강인이 가진 잠재력의 크기가 너무나도 아깝고 또 비통하다.



이제는 멈춰버린 시계를 스스로 뜯어고치고 다시 돌려야 할 때다.

차기 행선지로 끊임없이 거론되는 스페인 무대 등 그를 간절히 원하는 팀들의 구애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파리에서의 씁쓸하고 잔혹했던 유럽대항전 일정을 모두 마친 이강인은 미련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정조준하며 1460m 고지대 적응 훈련에 한창인 홍명보호에 6월 1일 합류하기 위해서다. 화려하지만 차가웠던 파리의 벤치를 벗어나,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붉은 유니폼을 입고 그간의 답답했던 체증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길 온 국민이 응원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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