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는 사회에서 행복감 찾기

파이낸셜뉴스       2026.05.31 19:08   수정 : 2026.05.31 19:08기사원문
삼성전자 6억이라는 성과급 앞에
한없이 초라해지는 나의 월급통장
어느 순간 자책·박탈감 사로잡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이슈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 상처 안겨
우리 경제에 균열 일으키면 안돼



삼성전자 노조 사태로 긴장된 나날들이 지나고 드디어 타협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노사 모두 많은 고충이 있었을 것이고, 최종 결과가 양측 모두에 완벽히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지켜보던 우리들은 일단 한국 경제의 불안요소 하나가 제거된 것에 안도감을 느낌과 동시에, 이후 그들이 받게 될 성과급을 떠올리며 아픈 배를 쓰다듬게 된다.

무려 6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금액 앞에 한없이 초라해지는 나의 월급 통장. 어느 순간 자책과 자괴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인간의 본능 중에는 늘 자신과 누군가를 비교하게 되는 '사회비교욕구'라는 게 있다. 자신의 신념, 능력, 성과를 평가할 때 절대적 기준보다는 '타인과의 비교'라는 상대적 거울을 사용한다. 이 비교는 상향비교와 하향비교라는 2가지 속성의 방향성을 가진다.

이 중 '상향 사회비교욕구'는 나의 성장과 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긍정적 작용을 한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나 조건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성취지향적 동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결국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동한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건강한 욕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교 대상과의 격차가 너무 크거나 극복 불가능하다고 느끼게 되면, 자존감이 급격히 하락하고 상대적 박탈감이나 시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박탈감은 그저 상대의 존재만으로도 무기력과 우울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다른 방향의 비교욕구는 주관적 안녕감의 회복을 위해 사용되는 '하향 사회비교욕구'다. 나보다 처지가 나쁘거나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다는 나으니까'라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과 동시에,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사회 전체에 온기를 퍼트리는 긍정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 하향 비교가 지나치면, 오히려 사회악이 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실패하거나 곤란한 일을 겪는 모습을 보는 사람의 뇌를 촬영했을 때, 보상중추인 기쁨 중추가 활성화되는 실험의 결과처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즉 타인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끼는 고약한 감정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는 요즘, 우리들은 매 순간 상향 비교욕구와 하향 비교욕구 상황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부러워하다 시기심이 생기고, 질투에 지쳐 나 자신을 비하하다 보면 어느새 우울감에 휩싸인다. 반면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들의 작은 실수 하나에, 그들의 수많은 과거 사건들이 소환되고 비난과 질책이 쏟아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잘나가던 사람의 하염없는 추락 앞에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렇게 유명하지 않은 나, 저렇게 잘나가지 못한 내가 더 낫다는 안도감으로 그나마 행복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사회비교욕구의 비교 대상이 전 세계 사람들 대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바다 건너 일론 머스크가 제 아무리 대단한 재벌이라 해도 그를 시기하며 우울해하진 않는다. 자신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바로 자기 주변 환경이라는 참조집단 이론(Reference Group Theory)에 의하면 결국 회사 동료, 친구, 친척 등이 비교 대상일 수 있다.

한 실험에서 개인의 지능과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며, 친한 친구와 잘 모르는 사람 중 한 명에게 힌트를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타인보다 가까운 친구에게 도리어 힌트를 주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즉 가까운 친구가 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내 자존감에 치명상을 입히지만, 잘 모르는 타인의 점수는 관심 대상이 아니므로, 무의식적으로 친구의 성공을 방해한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진급 기회가 거의 없는 부대의 군인들보다 진급 기회가 많아 주변 동료들이 자주 진급하는 부대의 군인들이 오히려 진급에 대한 불만과 박탈감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비교욕구는 멀리 있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사회계층, 같은 조직 내 동료나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상대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삼성전자 성과급이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잊혀질 이슈이다. 다만 삼성과 비슷한 위치의 기업, 또는 삼성 내 타 계열사나 부서 간 성과급 차이로 인한 박탈감은 쉬 가시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박탈감이나 우울감의 부정적 정서가 우리 경제의 균열을 만드는 작은 틈으로 작동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DGIST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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