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북방외교 근본부터 재설계 하자
파이낸셜뉴스
2026.05.31 19:08
수정 : 2026.05.31 19:08기사원문
미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되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와 안보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론만으로는 급변하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롭게 형성되는 북방 질서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최근 북러 밀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북극항로와 극동개발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정상외교 재개를 통해 북중 협력 기반을 확대하고 중국 중심의 경제·안보 질서 안에 북한을 안정적으로 편입시키려 한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정학적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앞으로는 북방 경제와 지역 협력이 새로운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두만강 개발과 북극항로(NSR)를 연결하는 북방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항로의 상업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러시아 극동과 동북아를 잇는 물류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나진항과 두만강 유역의 전략적 중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의 북방외교 역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미·중·러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이 지역을 단순한 갈등의 단층선이 아니라 '경제적 완충지대'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광역두만개발계획(GTI)의 재활성화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GTI 총회에서는 교통, 무역·투자, 관광, 에너지, 환경, 농업 등 주요 협력분야의 추진 현황과 향후 협력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GTI의 국제기구화와 북한 재참여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며, 회원국들은 '모스크바 선언'을 통해 역내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협력 사업을 넘어 북방 지역을 새로운 평화·물류 협력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국제 제재와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인해 실질적 협력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북방외교는 과거의 자원외교나 단순 경협을 넘어 안보·물류·공급망·디지털·기후협력을 결합한 복합전략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한반도의 미래는 이제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 질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안보위기를 평화적 공존과 지역 협력의 기회로 전환하려는 모색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