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계좌를 수정테이프로 '쓱'…새빨간 거짓말로 보증금 가로챈 일당
파이낸셜뉴스
2026.06.02 07:52
수정 : 2026.06.01 15:27기사원문
수탁자·우선수익자 동의 없이
화이트로 서류까지 조작해 가며 범행
재판부 "계약 체결 불가능한데도 속여"
지난 2024년 3월 4일 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A씨(66)는 분양대행업자 B씨(73)와 함께 오피스텔 1층 분양사무실에서 임차인 C씨에게 이러한 제안을 했다. 해당 오피스텔이 부동산 시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D 주식회사 소유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씨는 같은 날 계약금 명목으로 150만원을, 열흘 뒤 잔금 명목으로 1350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D 주식회사가 단독으로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다는 설명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신탁등기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돈을 가로채려는 목적으로 속였다. 신탁계약은 재산의 실질적 소유권자와 등기상 처분권자가 다른 계약을 말한다.
이들은 서류까지 조작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임대인란에 D 주식회사와 대표자인 A씨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가 기재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며 '월세 지정계좌'란에 인쇄돼 있던 E 주식회사 명의 신탁관리계좌를 급기야 수정테이프로 지웠다. 대신 그 자리에 D 주식회사 명의 계좌번호를 적어두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정덕수 판사)은 지난 4월 2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B씨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질책했다. 재판부는 "신탁계약이 체결되어 수탁자와 우선수익자의 동의 없이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데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를 속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이 사건 범행 이전 이들에게 동종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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