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길 먼데'...셀트리온도 25년만에 노조 출범
파이낸셜뉴스
2026.06.01 15:25
수정 : 2026.06.01 15:25기사원문
창사 25년 만에 첫 민주노총 노조 출범
노조 "가짜 소통 끝내고 협상 체계 구축"
사측 "노조 설립 존중, 법과 제도 따를 것"
[파이낸셜뉴스] 국내 바이오산업 대표 기업인 셀트리온에 창사 이후 처음으로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과 동종 업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이오업계에서도 성과 보상과 노동환경 개선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셀트리온 설립 이후 상급단체를 둔 노동조합이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가짜 소통의 시대는 끝났다"며 "노동자의 헌신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과 존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셀트리온이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성공 신화를 써왔지만 생산 현장과 연구개발, 영업 현장에서 회사 성장을 이끌어 온 노동자들에게는 자부심이라는 이름의 희생과 일방적인 통보만 반복돼 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를 상급단체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 "현재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내 본조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급단체의 지원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노조 출범의 핵심 요구사항은 성과급과 임금 결정 체계의 투명성 확보에 맞춰져 있다. 노조는 우선 초과이익성과급(PS) 산정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현재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임금 체계를 노사 협상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투명한 기준 없이 회사가 정한 금액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방식과 연봉 동의를 강제하는 시스템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며 생산성 격려금(PI) 현실화와 복지포인트 제도 개선, 장기근속자 처우 개선도 함께 요구했다.
생산 현장의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노조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시설 운영에 필요한 정규 인력 충원과 순환 근무 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인력 차출과 돌려막기식 운영은 현장 근무자를 부속품처럼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셀트리온의 노조 설립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전자·반도체 업계에서 불거진 성과급 논란이 바이오업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셀트리온 사측은 노조 설립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셀트리온은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존중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경우 법과 제도에 따라 성실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회사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임직원과의 소통과 책임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 노조 출범이 단순히 한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성과 보상 체계와 노동환경 개선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인력과 생산 인력 비중이 높은 바이오산업 특성상 향후 임금 협상과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요구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