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샤워기 물로 입 헹구지 마세요"…무심코 꿀꺽했다가 끔찍한 결과

파이낸셜뉴스       2026.06.02 04:50   수정 : 2026.06.02 08: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매일 몸을 씻고 청결을 유지하는 공간인 욕실이, 자칫 잘못 관리될 경우 세균과 환경호르몬의 온상이 되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원인 모를 잔기침이나 피부 트러블이 지속된다면 매일 사용하는 욕실 용품과 샤워 습관을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행동은 양치질 후 샤워기 물로 입안을 직접 헹구는 습관이다.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에 출연한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이 같은 습관이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NTM) 감염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NTM은 수돗물이나 샤워기, 가습기 등 물이 있는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균이다. 염소 소독에 강하고 표면에 잘 달라붙어 샤워기 헤드나 호스 내부에 '바이오필름(물때)'을 형성하며 증식한다. 샤워기 물로 입을 헹굴 경우 구강과 상기도가 물방울에 직접 노출되어 균을 흡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건강한 성인은 면역 체계가 이를 방어하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폐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10년 넘게 교체하지 않은 샤워기를 사용하며 입을 헹궈온 여성이 NTM 폐 질환 진단을 받은 사례도 보고됐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치 시 반드시 세면대 수돗물을 사용하고, 샤워기 헤드는 최소 6개월 주기로 교체하거나 정기적으로 분리 세척해야 한다.

잔기침·여드름 달고 산다면 '샤워볼'과 '슬리퍼' 점검


욕실 환경 전반의 위생 관리도 필수적이다. 김혜란 약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욕실은 습하고 따뜻해 세균 번식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며 "비염, 잔기침, 여드름, 모낭염이 잦다면 욕실 환경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몸에 직접 닿는 샤워볼은 세균 번식이 쉬워 1달마다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용 후에는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하며, 통풍이 안 되는 욕실이라면 교체 주기를 더욱 앞당겨야 한다.

매일 신는 욕실 슬리퍼 역시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화학 냄새가 강한 PVC 소재의 제품은 오래될수록 미세플라스틱과 환경호르몬 노출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EVA나 실리콘 등 무독성 소재로 만들어진 슬리퍼를 선택하고, 주기적으로 햇빛에 건조 및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욕실 청소에 흔히 쓰이는 락스 역시 오남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락스를 뜨거운 물이나 다른 일반 세제, 식초 등과 혼합해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유독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락스 사용 시 반드시 창문이나 환풍기를 켜 환기를 시키고 고무장갑을 착용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사용 후에는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물로 충분히 헹궈내야 하며,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가급적 친환경 세정제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흡기로 파고드는 미세 물방울… 일상 환경이 '감염원'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NTM)는 결핵균과 나균을 제외한 나머지 190여 종의 마이코박테리아를 통칭한다. 결핵과 이름이나 특성은 비슷하지만, 기침이나 대화 등 사람 간의 접촉으로는 절대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NTM 감염의 주된 원인은 '일상 속 환경 노출'이다. 이 균은 강, 호수, 토양 등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수돗물, 샤워기 헤드, 가습기, 실내 수영장 등 습기가 많은 일상 공간에 널리 서식한다. 이곳에 생긴 '물때(바이오필름)'에서 증식하던 NTM 균이 샤워나 가습기 사용 중 미세한 물방울 입자에 섞여 공기 중으로 퍼지고, 이를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시면서(흡입) 폐 감염이 발생하게 된다. 드물게는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상처 난 피부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균을 흡입하더라도 면역 세포가 이를 제거해 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나 과거 결핵을 앓아 폐에 흉터가 남은 사람 등 기저 폐 질환자는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단순 감기인 줄 알았는데… 수개월 낫지 않는 '기침·가래'


NTM 감염증이 위험한 이유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데 있다. 초기에는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감기와 구별하기 힘들어 병을 키우는 경우가 태반이다.

균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폐 기관지를 손상시키며,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만성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기침과 화농성 가래다. 감기약이나 일반 항생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낫지 않고 오래간다면 NTM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악화하면 기관지 점막이 손상되어 피 섞인 가래나 피를 토하는 객혈이 동반된다.

호흡기 문제 외에도 전신 증상이 뒤따른다.
뚜렷한 이유 없는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 식욕 부진 및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또한 밤에 잠을 잘 때 식은땀을 흠뻑 흘리는 야간 발한이나 원인 모를 미열을 겪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기침이 수주 이상 지속되고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호흡기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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