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뿌리고 돌리고… 미술이란 무엇인가

파이낸셜뉴스       2026.06.01 18:11   수정 : 2026.06.01 18:11기사원문
데미안 허스트 '뷰티풀, 캠프, 신바드…'

20세기를 지나오며 미술계에서 사조는 자취를 감춰갔다.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도전들은 미술을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전환시켰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무엇이 미술이라고 느끼게 하는지 또는 미술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데미안 허스트는 이러한 흐름을 만든 작가로 손꼽힌다.

1988년 영국에서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한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일원이었던 그는 삶과 죽음, 존재의 취약성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도전적인 작업을 통해 아름다움이라고 믿어온 감각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는 '내추럴 히스토리', '스팟 페인팅스', '필&메디슨 캐비닛츠', '스핀 페인팅', '만달라&버터플라이', '포 더 러브 오브 갓' 등 여러 시리즈가 있으며, 매체를 한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해 시리즈별로 그 외형을 달리한다.

캔버스에 제작되는 작품 중에서는 체계적으로 배열된 색점들이 만들어내는 격자 형식이 특징인 '스팟 페인팅'과 회전 기계를 사용한 '스핀 페인팅'이 대표적이다. 스핀 페인팅이 처음 시도된 것은 1992년이었지만 회전 기계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스핀 페인팅은 원형의 캔버스를 회전판 위에 올려두면서 시작된다.


캔버스에 물감을 자유롭게 뿌린 뒤 회전판을 돌리면 회전판이 돌아가며 발생하는 원심력에 의해 물감이 흩어지면서 형상이 만들어져 역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패턴을 갖는다. 회전 속도와 물감의 유동성, 색상 선택에 따라 끝없는 변주가 가능해 질서와 통제가 두드러지는 '스팟 페인팅'과는 반대의 성격을 지닌다.

우연성과 에너지가 강조된 '뷰티풀, 캠프, 신바드 로젠지 페인팅(포테이토스·2007)'는 파편화된 색들을 통해 회전이 지속되는 동안의 무한함과 멈추는 순간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는 유한함을 동시에 담고 있어 데미안 허스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화려한 은유로 남겨진다.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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