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는 트럼프
파이낸셜뉴스
2026.06.01 18:27
수정 : 2026.06.01 21:31기사원문
250달러짜리 지폐를 새로 발행해 거기에 트럼프 얼굴을 넣겠다고 한다. 워싱턴DC의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는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간판을 갈았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어린이 자산형성 프로그램은 7월부터 '트럼프 계좌'로 출범한다. 신형 해군 전함에는 '트럼프급'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100만달러(약 15억원)를 내면 영주권을 주는 '트럼프 골드카드'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의 이력을 보자. 그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트럼프 타워, 트럼프 호텔, 트럼프 골프장. 건물 꼭대기에 황금 글씨로 자기 이름을 새기는 것이 그에게는 성공이었다. 대통령직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낯설지 않다. 건물을 지으면 이름을 붙였듯 나라를 운영하면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우리 눈엔 권위주의의 징후로 보이는 것이 트럼프 세계관에서는 그냥 브랜딩이다.
비판 여론이 한 사안에 집중하기도 전에 새로운 화제가 터진다. 분노하는 사람도, 열광하는 사람도 그가 만든 판에 앉아 있다. "저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전에 트럼프는 이미 다음 수를 두고 있다.
트럼프 현상의 뿌리를 찾으려면 결국 그의 지지자들을 봐야 한다. 수십년간 워싱턴 정치에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학력과 연줄 없이는 주류에 끼지 못한다고 느껴온 아웃사이더들. 그들에게 트럼프는 감정의 대리인이다. 트럼프가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부르고, 기성 집단을 공격할 때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건 그가 옳은 일을 해서가 아니다. 나의 영웅이 저 '잘난 악당'들을 주무르고 있다는 쾌감일 것이다. 케네디 센터에 트럼프 이름을 붙이는 것은 "워싱턴 기득권 문화의 심장부를 우리가 점령했다"는 상징적 업적이다. 이 얼마나 통쾌한 복수인가.
트럼프에겐 그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 그런데 조금 이해해봤더니 "왜 저래"라며 조롱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트럼프 쇼'는 우리에게도 비싼 구독료를 요구한다. 알면 알수록 웃음보다 걱정이 앞선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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