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돈빌릴 곳 줄었는데 노인들은 대출받아 빚투 가세

파이낸셜뉴스       2026.06.02 18:14   수정 : 2026.06.02 18:27기사원문
1분기 20~50대 가계대출 차주↓
60대 이상은 잔액까지 함께 늘어
다중채무 규모도 4조 넘게 증가
부동산 등 자산 담보로 빌린 듯
"은퇴후 안전판까지 흔들릴 수도"

최근 1년 사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차주와 다중채무자가 늘어났다. 특히 전체 다중채무자의 대출 보유액은 줄었는데 60대 다중채무자의 보유액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고령층의 '빚투' 현상까지 확대되면서 노후자금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층 가계대출 차주·다중채무자↑

2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NICE평가정보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차주와 잔액이 동시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가계대출 보유자는 지난해 1·4분기 450만5506명에서 올해 1·4분기 463만1793명으로 12만6287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의 가계대출 보유금액은 379조218억원에서 388조9040억원으로 9조8822억원 증가했다.

연령층별로 보면 가계대출 차주와 잔액이 모두 늘어난 것은 60대 이상이다. 30·40·50대는 가계대출 잔액은 늘었으나 차주는 줄었다. 20대 이하의 경우 차주와 보유금액이 모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차주는 지난해 1·4분기 1986만3663명에서 올해 1977만6407명으로 줄었다. 고금리와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이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산 여력이 있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차입 수요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층의 다중채무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금융권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60대 이상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1·4분기 90만8792명에서 올해 1·4분기 95만9154명으로, 1년 만에 5만명 넘게 늘었다.

60대 이상 다중채무자의 가계대출 보유금액도 118조8932억원에서 123조35억원으로 4조원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다중채무자의 보유금액이 695조2764억원에서 692조1727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50대 다중채무자도 151만3618명에서 152만7387명으로 1만4000명가량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층은 신용대출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을 활용한 담보대출 비중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활비 마련이나 투자, 자녀 지원 등 다양한 목적으로 대출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령층까지 번진 '빚투' 열풍

고령층의 차입 확대는 최근 증시 과열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빚투' 지표로 꼽히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38조227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사 신용융자 역시 고령층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보한 상위 10개 증권사의 연령대별 신용융자잔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체 신용융자잔액(약 27조2000억원) 가운데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62.3%에 달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보유주식 등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상품이다. 증시 상승기에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시장이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 등 손실 위험도 커진다. 시장에서는 은퇴 이후 자산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예·적금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고령층의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둔화 이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령층의 차입 투자가 '노후 안전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이 줄어드는 은퇴 이후에는 금리 상승이나 증시 조정 발생 시 충격 흡수여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부담이 커지거나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령층 연체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전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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