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새벽 착륙전쟁'에 빛바랜 항공사 유류 절감 노력

파이낸셜뉴스       2026.06.02 18:27   수정 : 2026.06.02 18:27기사원문
30분 허공비행에 225만원 '펑펑'
김해공항 '심야 통제' 개선 목소리
연료 소모비용 결국 승객에 전가돼
'그린비행'자구책 세워 연료 아낀
에어부산·제주항공 성과도 무색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그 어느 때보다 급등한 상황인데, 김해공항에서는 커퓨타임으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연료 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합니다. 항공사마다 시행 중인 연료 절감 대책이 무색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출발해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 에어부산 BX412편의 기장 A씨는 분통을 터트리며 이같이 말했다.

2일 부산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해국제공항에서는 커퓨타임(밤 11시~오전 6시·심야비행 통제시간)을 전후로 매일 '착륙 전쟁'이 벌어진다. A씨는 이날 역시 커퓨 타임이 끝나는 오전 6시 정각 김해공항 상공에 도착했지만, 홀딩 중인 선행 항공기들에 막혀 착륙이 불발됐다.

홀딩은 비행기가 어떠한 사정으로 이착륙하지 못한 채 상공을 선회하며 대기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A씨에 앞서 먼저 김해공항에 도착한 항공기는 무려 10대로, BX412편은 관제탑의 지시를 받아 30분간 상공을 뱅뱅 돌다가 11번째 순서로 착륙해야 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BX412편의 예상 도착시간은 오전 5시57분이지만, 실제로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27분이다. 그런데 공중 대기를 위해 소모한 연료는 3000파운드(lbs)에 달한다. 당시 저비용항공사(LCC)의 실지급 유가는 Ibs당 700~750원으로 최대 225만원어치의 연료가 불필요한 곳에 쓰인 것이다.

김해공항 커퓨타임으로 인한 연료 소모는 항공사들의 연료 절감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다. 에어부산은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그린 오퍼레이션(Green Operation·효율적인 운항을 위한 연료 절감 가이드)' 제도를 도입했다. 엔진 가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활주로 맨 끝이 아닌 중간 지점에서 이륙하도록 권장하거나 최적 순항고도 유지, 경제 속도 운항을 조종사에게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7C GREEN CREW'라는 이름의 연료 절감 정책을 시행 중이다. 14가지 기법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는데, 관련 기법을 익히기 위해 한 달에 한 차례 8시간짜리 교육을 세 달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지난 4월 기준 국내선은 월평균 8895㎏, 국제선의 경우 4만3562㎏의 연료를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전문가는 항공기의 홀딩 비행으로 인해 소모되는 항공유의 손실을 승객이 그대로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신라대 최인찬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항공권 가격은 기본 운임비와 유류할증료, 공항시설사용료 등으로 구성된다"며 "홀딩으로 인한 연료 소모 비용은 유류할증료로 보전하기 때문에 항공사로도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해공항과 같은 영남권이자 민군 군용공항인 대구공항은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커퓨타임을 자정~오전 5시로 단축 운영하고 있다"며 "김해공항도 호르무즈 봉쇄 여파가 진정될 때까지 커퓨타임을 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중에서 버려지는 연료 소모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huni@fnnews.com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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