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최성안 부회장, 그리스行…부유식 데이터센터 띄운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3 09:23   수정 : 2026.06.03 14:13기사원문
그리스 선사·영국 선급, 미국 AI서버 전문사와 FDC 사업 협력



[파이낸셜뉴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리스로 가서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사업의 글로벌 협력망을 넓혔다. 상선 슈퍼사이클과 특수선 수요 확대에 올라탄 K-조선이 차세대 먹거리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을 정조준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그리스 선사, 영국 선급, 미국 AI(인공지능) 서버 전문기업과 손잡고 해상 데이터센터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FDC는 육지가 아닌 강이나 바다 위에 설치돼 데이터센터가 겪는 전력 및 부지 확보, 서버 냉각 등의 문제 해결이 가능한 솔루션을 말한다.

■최성안, FDC 실제 수주·투자 연계형 신사업 키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선박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6'에 참가해 FDC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에는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이왕근 조선해양부문장 부사장, 안영규 기술개발본부장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최 부회장이 직접 그리스로 향한 것은 FDC를 단순 연구개발 과제가 아닌 실제 수주·투자 연계형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 부회장은 "바다 위 데이터센터는 조선·해운업에 열려 있는 기회의 시장"이라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FDC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하고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2일 현지에서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 영국 로이드선급(LR)과 FDC 3자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포시도니아 2026에서 공개된 공동개발 프로젝트로, 검증된 조선 건조 방식을 활용해 확장 가능한 해상 데이터센터 설계를 추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삼성중공업은 FDC 기술 개발과 건조를 맡고, 캐피탈은 프로젝트 발굴과 투자 검토를 담당한다. 로이드선급은 해상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규정, 인증, 안전 기준 등 제도적 검증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선주-조선소-선급'이 함께 참여하는 초기 사업화 모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FDC는 기존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중간 성격을 띠는 인프라다. 선박처럼 부유하고 이동·계류가 가능하지만,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냉각·통신 운용이 필수다. 따라서 선급의 규정 정비와 선주의 투자 참여, 조선소의 설계·건조 역량이 동시에 요구된다.

삼성중공업은 로이드선급 산하 컨설팅 전문회사인 로이드 어드바이서리와도 별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 인프라 현황, 전력망 병목, 입지 여건, 시장성, 경제성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북미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이지만 전력 인입, 인허가, 주민 수용성, 냉각수 확보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북미를 우선 검토 대상에 올린 것은 FDC가 육상 데이터센터의 병목을 보완할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重, 강·바다 위서 AI 서버 안정적 운용 검증
AI 서버 기업과의 협력도 병행한다. 삼성중공업은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통신 박람회 '이노베이트 APAC 2026'에서 미국 수퍼마이크로와 공동개발 협력(JDP)을 체결했다. 수퍼마이크로는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분야에서 존재감이 큰 기업이다. 해상 환경에서는 진동, 경사, 염분성 대기, 습도 변화가 서버 장비의 수명과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위치 제어, 염분·습도 차단, 구조 안정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수퍼마이크로는 강이나 바다 위 환경에서 AI 서버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조건을 검증할 계획이다.

육상 데이터센터가 부지 확보, 전력 인입, 냉각 설비라는 3대 제약에 직면한 반면 FDC는 상대적으로 입지 선택 폭이 넓고, 해수 냉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운용해야 하는 만큼 발열과 전력 소모가 크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산업에서는 서버 자체보다 전력과 냉각 인프라가 사업성을 좌우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전망도 우호적이다. 무디스는 AI와 클라우드 수요 확대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규모가 최소 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부족과 송전망 확충 지연이 데이터센터 입지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조선업계가 FDC뿐 아니라 발전설비, 전력 패키지, 해양 인프라 통합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FDC 상용화 기반을 단계적으로 쌓아왔다. 50㎿급 FDC 개념설계에 대해 미국선급과 영국선급으로부터 개념승인(AiP)을 확보한 데 이어, 전력·자동화 분야 기업과 전력시스템 협력도 추진해왔다. 조선소의 표준화된 건조 프로세스를 활용하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공기를 단축하고, 모듈 단위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해양플랜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 선박 전력계통 통합 경험이 FDC 설계에 전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해상 구조물 특성상 태풍, 파랑, 염분 부식, 계류 안정성에 대한 내환경 설계가 필요하다.
서버 유지보수 체계, 해저·위성 통신망, 물리·사이버 보안, 보험과 책임 소재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장에서는 FDC가 육상 데이터센터 대비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실익이 있는지가 최종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FDC는 조선업이 보유한 표준화·모듈화·대형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데이터센터 산업에 이식하는 모델"이라며 "선급 인증을 넘어 전력, 통신, 인허가, 운영 서비스까지 묶는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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