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왜 하셨나요' 묻자....경기 민심 결국은 '희망'
파이낸셜뉴스
2026.06.03 11:51
수정 : 2026.06.03 13:11기사원문
6.3 지방선거 경기 지역 투표소 가보니… 유권자들 "그래도 투표해야" 발걸음
정치권 향한 분노 속 "더 나쁜 후보 뽑히면 안 돼" 차악 선택 씁쓸한 현실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바뀌니까"…정치 혐오 너머 자리한 '세상 바꿀 작은 힘'
젊은층 보다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더 많아 보였고, 아이들에게 투표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가족단위 유권자들도 보였다.
투표는 줄을 서지 않고도 바로 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등재번호와 본인 확인을 거쳐 투표를 완료하는데까지 채 20여분이 걸리지 않았다.
시민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시민의 의무'라는 본질적인 가치였다.
직장에 다니는 30대 김모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시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내 권리를 포기하면서 정치가 잘못됐다고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 매번 투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뻔한 답변일 수 있지만, 김씨의 이 같은 답변은 항상 유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외면하게 만드는 형편없는 정치 현실에 비해 높고 숭고한 정신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더 나쁜 후보 안 돼"… 분노와 심판 속 '차악'을 고르는 현실
앞서 만난 김씨의 답변이 이상적이었다면, 현실적인 답변도 나왔다. 의무와 권리라는 표면을 벗겨내자, 그 마음에는 '분노'와 '심판'의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유권자들은 현 정치권을 향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40대 회사원 박모씨는 "솔직히 찍고 싶은 후보가 있어서 온 게 아니다"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최선이 아닐지라도, 저쪽의 '더 나쁜 후보가 뽑히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나왔다"며 "이번 선거 역시 상대 당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박씨 같은 생각을 가진 유권자는 선거를 '의무와 권리'로 생각하는 유권자보다 훨씬 더 많았고, 비판적인 생각도 더 확고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는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선택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부정적 당파성'과 양당 독점 구조가 낳은 단점이라고 분석한다.
내 삶을 바꿀 정책과 비전을 보고 축제처럼 즐겨야 할 선거가, 상대를 향한 혐오와 심판론에 매몰되면서 '최악을 막기 위한 선택'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선거가 절대적으로 '축제'가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결국은 '희망'…"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치 혐오와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지만, 반전은 아직까지 많은 유권자들이 '희망'을 품고 있다는 점이었다.
상대를 향한 분노와 차악의 선택이라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결국 유권자들은 '투표가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으며, 그 뜻은 부정할 수 없이 숭고하게 여겨졌다.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신물이 난다면서도 끝내 투표용지를 넣고 나온 유권자들은 "그래도 내 한 표가 세상을 아주 조금은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믿으며, 투표장을 찾고 있었던 것이였다.
50대 자영업자 최모씨는 "정치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투표마저 안 해버리면 세상은 더 나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겠냐"며 "누군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매번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경기도교육감을 뽑기 위해 투표에 참여했다는 40대 송모씨도 "내가 뽑은 교육감이 잘 하는지 못하는지를 보면서, 내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선거를 통해 당장 바뀌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작은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선거는 축제가 되지 못했고, 유권자들은 분노와 혐오 속에서 차악을 골라야 했다.
그러나 투표소를 나서는 이들의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은 이유,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평범한 시민들의 위대한 희망이 투표함 속에 쌓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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